미·중 갈등에 해외 대신 본토증시 택하는 기업 늘어
소비재·호텔 등 경제활동 재개 관련 기업, 내년 상장 나설 듯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약 376개 중국 기업이 IPO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이 전망대로 증시 상장에 나선다면 내년에도 중국 본토증시 IPO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간 경제활동을 옥죄었던 ‘제로 코로나’ 대신 ‘위드 코로나’로 당국의 정책이 본격적으로 바뀌게 되면 내년 IPO 시장 성장세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중국은 전 세계 경기침체 우려로 위축됐던 올해 글로벌 IPO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올해 IPO 공모액은 912억 달러(약 119조4300억 원)에 달했다. 올해에만 중국 기업 391곳이 본토 증시에 상장했다. 중국이 전 세계 IPO 자금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3%에서 올해 46%로 크게 늘어났다. 이는 미국의 네 배에 달하는 규모다. 10억 달러 이상의 대형 IPO도 9개에 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홍콩이 3건, 미국 뉴욕이 2건, 독일이 1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글로벌 IPO 시장이 올해 인플레이션과 각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위축된 사이 중국은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성장세를 유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인민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상대적으로 차입 비용이 많이 드는 홍콩과 런던을 대신하는 중국시장의 매력을 키웠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로 오갈 곳 없는 투자금도 IPO 시장으로 유입됐다”고 풀이했다.
미·중 갈등도 오히려 중국 IPO 시장에는 호재가 됐다. 중국이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을 계기로 자국 기업들의 해외 상장을 사실상 차단하고,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정권 시절 만들어진 블랙리스트 때문에 뉴욕증시에서 대기업들이 퇴출당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자국 증시를 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차이나모바일, 중국해양석유 등이 뉴욕에서 상장 폐지하고 다시 본토 증시에 상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내년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한층 더 전환하면서 소비재와 호텔 등 경제활동 재개 관련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IPO 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의 분위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중국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 공정원 원사는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와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사망률은 독감과 비슷한 0.1% 정도”라면서 “대부분 사람은 7~10일 이내에 회복된다”고 말했다. 이는 ‘제로 코로나’ 규제 당시 공포감을 조성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아이비 후 UBS 아시아 자본시장 국장은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이행하면서 소비재 여행 전기차 등 내수 중심의 다양한 기업들이 더 많이 본토증시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양광 같은 탄소 중립 관련 분야도 기대되는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