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보와 관련 있는 조치, WTO서 논의는 부적절”
중국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가 국제 무역 규칙을 위반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절차에 소송을 제기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은 자국의 우려를 해소하고,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수단인 WTO를 통해 법적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미국이 무역 규칙을 훼손하는 경제 보호주의를 택하고 있다”며 “이 같은 행태는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안보를 이유로 10월 초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와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출 등을 통제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인재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으며, 이를 어기는 기업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조처는 경쟁국 발목잡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반발해왔다. 미국 제재는 공정한 경쟁 원칙에 위배되고, 국제 무역 규칙 등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또 안보라는 모호한 명분을 부당하게 사용해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국을 억누르려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반도체 기업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설계와 제조장비에서 외국 기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5100억 달러(약 667조 원)에 달했던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중 중국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65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량 중 중국 기업이 보유한 공장 비중은 123억 달러에 불과했다.
미국은 최근 동맹국들에도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도입하라고 요구하면서 중국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네덜란드, 일본과 3국 간 대중 수출 통제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이날도 백악관은 “일본, 네덜란드 등과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에서 “공식 발표를 할 정도로 논의가 무르익을 때까지 구체적인 발표는 않겠다”면서도 “일본, 네덜란드는 물론 반도체 관련 문제에서 같은 이해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 국가와 광범위한 정책적 일치를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중국의 WTO 제소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덤 호지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반도체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특정 조치와 관련해 (중국으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았다”면서도 “이미 중국에 전했듯 해당 조치는 안보와 관련이 있다. WTO는 안보와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에 적절한 곳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제소는 WTO의 분쟁해결 과정의 첫 단계다. 중국 제소에 따라 미국에는 중국과 수출 통제 문제를 협의할 60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협의에 실패할 경우 중국은 분쟁 해결을 위한 패널 구성을 요청할 수 있다. WTO 분쟁 해결 절차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고, 중국이 승소하더라도 미국이 항소해 사실상의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