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원 및 안보 협력 집중 논의
미국 “3년간 550억 달러 투입”
아프리카연합 G20 가입 지지 방침도 밝힐 듯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에서 13~15일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대로 아프리카 49개국과 아프리카연합(AU) 대표단이 참석한다.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것은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이후 8년 만이다.
바이든 정부는 14일 정상회의와 이어지는 실무회의에서 경제지원과 안보협력을 집중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 정부는 의회와 협력해 이 시대 핵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3년간 다양한 부문에서 아프리카에 550억 달러(약 71조7000억 원)를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만료되는 ‘아프리카 성장기회법’ 후속 조치도 마련한다. 아프리카 성장기회법은 약 7000개 품목에 달하는 아프리카 수출품에 대해 무관세로 미국시장 접근을 허용하는 특혜무역조치다.
아프리카의 존재감을 확대하는 방안 역시 지원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세계 경제와 민주주의, 기후변화, 사회보장, 안보 관련 국제 논의에서 아프리카의 의견을 더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AU의 G20 가입 지지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와 안보 지원을 무기로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2000년 출범한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을 통해 아프리카의 중국 의존도를 높여왔다.
작년 중국과 아프리카의 무역 규모는 2540억 달러(약 331조 원)까지 증가했다. 중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반면 지난해 미국과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교역량은 449억 달러에 그쳤다. 해외직접투자(FDI)는 303억 달러로 2019년에 비해 5.3% 감소했다.
중국은 물량 공세를 바탕으로 아프리카에 군사 거점을 늘리며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케냐, 적도기니, 탄자니아, 앙골라에서 군사 거점 확보를 모색하고 있다”며 “규칙에 근거한 국제 질서에 도전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주요 행동 거점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도 아프리카에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이 말리와 리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가 바그너그룹을 통해 아프리카의 치안을 봐주는 대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심화된 러시아는 아프리카에 ‘러브콜’을 보내 서방 주도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주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맺는 등 중동 지역에서도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중국의 광폭 행보에 맞서 미국도 전통 우방국과의 관계 다지기에 돌입하면서 지정학적 세(勢) 대결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