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재무 부담 가중될 수 있어
임인년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소매유통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며 실적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인상과 고물가, 고환율에 하반기 이후 성장세에 대한 기대는 한층 꺾인 상태다. 이러한 상황은 계묘년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소매유통 기업의 매출 성장세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기업 실적은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그치리란 전망이 나왔다.
14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내년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미·중 갈등 지속 등으로 경기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고물가·고금리로 소비자들의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국내 소비 또한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보여 국내경제 성장률은 올해 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스신용평가 이동선 연구원은 “경제성장률 둔화를 비롯해 코로나 사태에 억눌렸던 해외여행 증가로 인한 국내 소비 저하 가능성,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약화 등으로 소매유통 기업들의 매출 성장세는 올해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여기에 내년 최저임금이 9620원으로 5% 오르고 물가 상승에 따른 인건비 인상 압력 등의 영향으로 고정비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긍정적인 요인 하나는 내년 소비 증가율이 올해 대비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양)의 수준은 나타낼 것으로 전망돼 소매유통 기업의 실적이 올해 대비 ‘유지’하는 수준은 되리란 예상이다.
올해 소비 심리를 비롯해 소매유통 기업 실적 전반에 영향을 미친 환율과 금리와 관련해서는 환율의 경우에는 제한적이겠으나, 금리는 다소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일단 금리가 더 오를 경우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 증가세 약화를 부추길 수 있다. 이에 영향을 받아 소매유통업 전반의 영업실적 성장 둔화 가능성도 더 커진다. 또 소매유통 기업으로서는 올해 대규모 M&A와 신규 점포 출점, 리뉴얼 등으로 차입금 규모가 크게 늘었는데, 실적 부진에 영업현금 창출력이 둔화하면 금리 상승에 따른 재무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이커머스 업계의 시장 잠식에 대한 방어와 투자 규모도 향후 실적과 재무 안정성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기업은 이커머스의 공세에 대응해 온라인 부문의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에 더해 오프라인 점포의 집객 증가를 위한 점포 리뉴얼과 신규 출점, MD(상품기획자) 차별화를 위한 M&A 등을 병행해왔다.
이 연구원은 “온라인 역량 강화와 선택적인 오프라인 투자를 위해 유통기업은 기존 점포를 매각 후 재임차하거나 폐점하는 등의 유동화를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했다”며 “2023년에도 온·오프라인 유통망에 대한 투자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 유지 여부와 재무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의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