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예산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14일에도 논의에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막판까지 최대 쟁점은 ‘법인세’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합의가 안되면 자체 ‘서민 감세안’을 만들어 15일 본회의에서 예산안 수정안을 통과시키겠다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예산안 야당 단독 처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여당이) 끝내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따르느라 민심(民心)을 저버린 채 국회 협상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를 저지하고, 국민 감세를 확대할 수 있도록 자체 수정안을 내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시한(15일)까지 예산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민주당은 단독 수정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부득이 수정안을 제출하더라도 윤석열 정부가 작성한 639조 원 예산안은 거의 그대로 인정하고 0.7%도 되지 않은 매우 일부 예산만 삭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실 이전 비용과 경찰국 신설 관련 예산은 “반드시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법인세율을 유지한 대신 중소·중견기업들의 법인세율을 낮추겠다고 했다. 이밖에도 종합소득세 최저세율(6%) 구간을 1500만 원까지 늘리고, 조세특례법 개정을 통해 월세 세액공제율을 10%에서 15%(정부안 10%→12%)로 상향해 주거비 부담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여전히 최대 쟁점은 ‘법인세’였다. 여야는 과세표준 2억~5억 원 구간 중소기업의 세율을 20%에서 10%로 인하하는 데에는 공감을 이뤘지만,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자는 여당 주장에 평행선을 달린다. 박 원내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어제 회동에서) 두시간 넘게 법인세 최고세율과 관련한 논쟁을 이어갔는데, 저와 추경호 경제 부총리 간의 대화였고, 여당 원내대표는 두 사람이 조속히 타협을 좀 해보라고 독려·촉구하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 부총리는 예산 심사 초기 단계에서 의장께서 제시한 중재안(정부여당안 2년 유예)과 관련해 ‘시행을 최대한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되겠냐, (법인세 최고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시행을 유예하면 안 되겠냐’는 의견까지 줬다”며 “그것은 불가하다고 말씀드렸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의 단독 수정예산안 처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산 심의·확정권은 국회의 고유 권한이어서 수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도 예산으로 확정되는 구조다. 국정과제의 예산이 감액된 경우,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 준비에 돌입할 수도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수정안을 받아 협상할 가능성에 대해 “전혀 없다. 최악의 방법 중 하나”라며 “민주당이 아마 저 안을 통과시키고 나면 후폭풍이나 후유증을 감당 못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민주당이 수정안을 내서 일방 통과시키는 것도 해서는 안될 일”이라며 “정부 수립 이후 74번째나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종 시한까지 여야 협상이 불발될 경우를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내일)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예산안 수정안의 단독 처리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에게 국회 근처에서 비상대기할 것을 요청했다.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내일 오전까지 합의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15일 본회의 일정을 “정부여당 국정 과제 보고 대회가 있어 하더라도 오후 5시 정도에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관측하면서 “내일 본회의까지 시한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가 내일 오전에 타결된다면 남은 쟁점을 정리하고 정부가 명세서 작업을 마치는데 추가 시간이 소요되니 모레로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