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북 가리지 않고 성행…“장기보유 계획·자금 여력 없다면 신중해야”
연말 서울 아파트값 내림세가 가파르지만, 급매물을 사들여 갭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성행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연말에도 반등 없는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저점이라고 판단하거나 장기보유를 목적에 둔 매수자들이 갭투자를 활용해 아파트를 사들인 것이다. 다만, 내년에도 집값은 물론, 전셋값 동반 하락까지 점쳐지는 만큼 갭투자에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전망이다.
19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 통계 분석 결과, 최근 3개월(10월 1일 이후)간 서울 성북구(17건)와 노원구(15건), 송파구(6건), 강동구(6건), 서초구(6건)에 갭투자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갭투자는 강북과 강남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또 실거래가 대비 수억 원 하락한 급매물을 사들인 뒤 이를 전세 놓는 공통적인 패턴을 보였다.
노원구 하계동 현대우성 전용면적 84㎡형 한 채는 2일 7억 원에 매매된 이후 16일 전세 보증금 5억8000만 원에 계약서를 썼다. 매매가와 전세 보증금 차이는 1억2000만 원에 불과했다. 최근 매매가격 7억 원은 같은 평형의 직전 거래가격인 10억6000만 원(4월)보다 3억6000만 원 저렴하다. 지난해 9월 신고가 12억5500만 원과 비교하면 약 44% 급락한 수준이다.
또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용 84㎡형 한 가구는 지난달 13일 12억9000만 원에 팔린 뒤, 보름 뒤인 28일 전세 보증금 6억5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평형은 4월 신고가인 19억8000만 원을 기록하면서 국민평형 ‘20억 원 클럽’ 가입을 눈앞에 뒀지만, 집값 내림세가 심화하면서 13억 원대까지 수직으로 하락했다. 집값 하락 비율은 약 35%에 달한다.
이 밖에 저가 매수가 집중된 강서구에서도 연말 갭투자 사례가 속출했다. 강서구 등촌동 등촌아이파크 전용 84㎡형 역시 지난달 28일 직전 거래가보다 1억2000만 원 낮은 7억 원에 팔렸다. 이후 18일 뒤인 지난 16일 전세 보증금 5억5000만 원에 새 계약서를 썼다. 매수자는 갭 1억5000만 원으로 집을 사들인 셈이다. 해당 평형이 3월 12억9500만 원에 실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매수자는 고점 대비 약 46% 하락하자 전세를 끼고 사들인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 폭락에도 갭투자 사례가 속속 등장하는 이유는 아파트값이 저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지난해보다 평균 16.2% 하락했다.
이렇듯 서울 외곽지역은 물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핵심지까지 급매물이 쏟아지자 이를 기회 삼아 투자에 나선 수요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초고가 아파트로 분류되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형은 지난달 2일 36억5000만 원에 매매된 이후 28일 만인 같은 달 30일 18억3500만 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매매와 전셋값 차이만 18억1500만 원에 달하는 통 큰 갭투자인 셈이다.
본인을 갭투자자로 소개한 A씨는 부동산 커뮤니티에 “송파구 가락동에서 잠실동으로 갈아탈 기회를 엿보다 최근 전세와 매매가격 차이가 12억 원에서 8억 원까지 좁혀지는 걸 보고 갭투자를 했다”며 “지금이 저점이라는 판단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다만, 기준금리가 한껏 올라 이자 부담이 늘었고, 집값 상승 반전 전망 역시 당분간 어려운 만큼 갭투자 시행에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최근 신고가 대비 30% 이상 빠진 거래가 나오는 등 집값이 많이 내린 것은 맞다”며 “다만, 앞으로 집값이 V(브이)자 반등을 할지, L(엘)자 내림세를 이어갈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10년 이상 장기보유를 검토 중이거나 자금 사정이 충분하지 않다면 지금 갭투자에 나서는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