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교사 가슴 밀친 자폐 고교생…성적인 목적 없었어도 교권 침해”

입력 2022-12-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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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폐증 남자 고등학생이 성적인 의도 없이 여교사의 가슴을 밀쳤다면 강제추행이나 폭행 등의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교권 침해에는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1일 인천지법 행정1-3부(고승일 부장판사)는 경기도 모 고등학교 재학생 A 군이 학교장을 상대로 낸 심리치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A 군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 군은 2020년 7월 약을 먹이려는 여성 교사 B 씨에게 “먹기 싫다”며 소리를 질렀고 그의 가슴을 손으로 밀쳤다. 또 B 씨의 팔을 꼬집거나 때렸으며 옆에서 말리던 사회복무요원의 정강이를 걷어차기도 했다. 같은 달 활동 보조 선생님의 얼굴을 할퀸 적도 있었다. 참다 못한 B 씨는 학교 측에 신고했고, 학교는 같은 해 10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A 군에게 출석정지 5일 처분을 했다.

다만 “학생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는 B 씨의 의사에 따라 학교 측은 출석정지 처분을 유보했다.

그러나 A 군은 유보 처분조차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해 5월 “처분이 불명확해 법적 효과를 확정하기 어렵다”며 해당 처분을 취소했다.

이후 학교가 교권보호위원회를 다시 열고 “A 군이 강제추행, 상해, 폭행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를 했다”며 “심리치료를 4차례 받으라”고 하자 A 군은 행정소송을 냈다.

A 군의 변호인은 소송에서 “자폐증적 발달 장애와 부분 뇌전증을 앓는 A 군의 인지 능력은 극히 저조하다”며 “발달검사 결과는 4살 수준이어서 성폭력이나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 군이 B 씨에게 한 행위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한 교권 침해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군의 장애를 고려하면 성적 목적이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적 능력이 현저히 낮고 심신장애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도 미약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피해 교사의 가슴을 손으로 밀친 행위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설령 A 군의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인 강제추행이나 폭행까지는 아니었더라도 교원지위법상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교원지위법은 교육활동 침해행위와 관련해 특수학급 학생을 배제하는 조항을 별도로 두지 않았다”며 “A 군이 (심리치료) 처분을 책임질 능력이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A 군 측은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 군 부모는 “아들은 자신의 이름도 제대로 못 쓸 정도여서 누군가를 성추행한다고 인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며 “거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밀치는 행위는 발달 장애인의 흔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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