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따른 공급난·전쟁·인플레 등 악순환”
“수급 불균형 13년 만에 가장 심각, 내년도 도전적”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마이크론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약 10% 감축하고 올해 남은 회계연도 기간 임원 급여를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흐로트라 CE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공급난과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 특이한 상황이 업계에 몰렸다”며 “이는 가격이 폭락하고 이익이 쓸려간 과거 반도체 산업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업계는 13년 만에 가장 심각한 수급 불균형의 고통을 겪고 있고 수익성은 내년까지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크론은 주요 반도체 업체 중 실적을 가장 먼저 발표해 그간 반도체 업계의 풍향계로 불렸다. 마이크론은 2023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이 40억9000만 달러(약 5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인 41억3000만 달러 매출을 밑돈 것이다. 순손실은 1억9500만 달러에 달했다.
마이크론은 회계 2분기(올해 12월~내년 2월) 매출도 약 38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역시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38억8000만 달러를 밑도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원격학습과 재택근무가 활발해지면서 소비자들과 기업들은 전자기기 구매에 열을 올렸다. 덕분에 반도체 수요도 급증했고 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위기 속에 상황은 뒤바뀌었다.
BMO캐피털은 데이터 저장에 필요한 하드 드라이브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내년 32% 하락하고 컴퓨터 실행을 돕는 메모리 가격은 29%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메흐로트라 CEO 역시 “스마트폰 출하 전망치가 최근 몇 달 동안 악화했다”며 “올해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0%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3개월 전만 해도 마이크론은 한 자릿수 감소율을 제시했다.
여기에 아마존과 구글 등 대형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대규모 해고 등 역사적 수준의 비용 감축을 예고한 점도 마이크론과 반도체 업계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인력 감축 발표에 앞서 칩 가격 지탱을 위해 공장 생산량도 줄이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마이크론의 생산량 감축 계획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가 따라 하지 않는 이상 칩 공급 과잉을 완화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는 가격을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될 순 있어도 수익성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