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상대로, 모두 내년 아파트값 하락을 점쳤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급격한 집값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부동산 시장 경착륙(호황이던 경기가 빠른 속도로 침체하는 현상)을 막을 정부의 대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집값 반등을 위한 필요조건으로는 올해 부동산 가격 급락의 원인인 기준금리 인상 중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본지의 부동산 전문가 설문에 따르면 ‘주택 기준 부동산 시장 저점은 언제로 보느냐’는 질문에 ‘내년 하반기’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서진형 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내년 4분기 정도가 부동산 저점이라고 본다”며 “미국 기준 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4분기 정도로 예상되는데, 미국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국내 금리도 함께 내릴 것이고, 이 시점이 곧 국내 부동산 시장 반등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 경기 저점을 지나려면 내년을 지나 상당한 시일이 지나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았다. 양지영 R&C소장은 “3기 신도시 등의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인 2026년 이후”라고 답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서울 아파트값이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하고, 강남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돼야 저점으로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바닥없는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30주 연속 내렸다. 반년 넘게 아파트값이 하락 중이지만 저점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낙폭이 가파르다. 매주 하락 폭도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집값 내림세가 이어진 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 것이다.
‘내년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멈추기 위한 가장 시급한 대책’을 묻자 10명 중 8명이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른 2명은 ‘금리 인하’를 꼽았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주택거래 시장의 급매물 가격 급락은 전국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규제의 완화와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규제 조정돼야 시장 거래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소장은 “건설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지방 아파트 미분양 대책(공공 미분양 매입·세제 지원)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성 관리 지원 대책도 확대해 조기에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에게 고정금리 상품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거나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 감면 등 대출 관련 정책 완화가 필요하다”며 “동시에 서울 일대 대규모 규제지역 해제와 다주택자의 취득 및 양도단계의 세금 중과 정상화, 전매제한과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과도한 거래 규제 완화 등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내년 대규모 부동산 규제 완화를 단행한다. 21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는 기존 8~12%로 설정된 다주택자 대상 취득세 중과세율을 4~6%로 완화하고, 내년 5월까지 한시 유예 중인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조치는 1년 연장하기로 했다. 규제지역 내 금지됐던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최대 30%까지 허용키로 했다. 또 분양권과 주택·입주권 단기양도세율은 1년 미만 70%를 45%로 낮추고, 임대사업자 지원 조치도 되살렸다.
다만, 정부 규제 완화가 아닌 금리 인하를 부동산 시장 연착륙 첫 번째 조건이라고 강조한 전문가도 있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기준금리가 얼마나 오르느냐에 따라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도 함께 오르내릴 것”이라며 “금리 변수가 절대적인 만큼 국내 부동산 정책만으로는 부동산 경기 반등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의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시장 침체에 재건축 단지 거래 활성화 등 집값 상승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해석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현재의 규제완화는) 긍정적이긴 하지만 거래 활성화 효과는 크지 않다”며 “재건축·재개발 급매물을 진정시키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거래량에 큰 영향이 없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주택 순증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전문가들은 내년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자에게 위기이자 기회인 만큼 정책과 대외 환경 변화를 잘 살필 것을 주문했다. 양 소장은 “내년 부동산 시장은 ‘묘서동처’(猫鼠同處) 즉,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는 형국으로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악재와 정부의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세제·대출규제 완화 등의 호재가 함께하는 시장이 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