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설비부터 다시 지을 판"...정부, 중소기업 탄소국경세 지원 나선다

입력 2022-12-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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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우려 계속…CBAM 대응 논의
정부, EU 향해 입법 개선 요구해와
기술·개발 등 철강 산업 지원 계획
추경호 "기회 요인 활용해 대책 추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철강을 다루는 중소기업 C사 대표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으로 인해 골치가 아프다. CBAM이 도입되면 환경 분야를 관리하는 직원을 따로 뽑아야 하고, 인원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설비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다 재생에너지 입찰에도 많은 비용이 들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크다.

기계부품을 제작하는 B사도 마찬가지다. CBAM 시행으로 전기 용광로 사용이 늘어나면 중소기업은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뒤처질 것으로 우려된다.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에 따른 국내 기업의 이 같은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탄소 감축 환경을 조성하고 해외 진출에 어려움이 없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외교 채널을 활용해 EU와 소통하고 국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 등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갖고 EU의 CBAM 추진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그간 양자 또는 다자 채널을 통해 CBAM 입법 개선을 지속해서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EU CBAM 관련 핵심인사와 협의를 진행했고, 정부는 의견서를 통해 CBAM 도입 시 세계무역기구(WTO)에 맞는 제도 설계 등을 고려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민관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CBAM 대응 관계부처 TF도 구성했다.

우리나라는 대EU 철강 수출액이 많아 CBAM의 영향이 클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철강은 수출액이 43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국내 업계 전반에 철강을 활용한 기업이 많아서 파급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선 이미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볼트와 너트를 생산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탄소배출 관리 대상이 아니라서 탄소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탄소배출량 기록을 어떻게 포함할지 기준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철강을 중심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먼저 탄소 저감 기술개발에 관한 지원에 나선다. 저탄소 생산구조로 전환을 통해 철강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현 설비 조건에서 탄소 감축을 위한 기술개발 지원은 물론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 공정설계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또 중소, 중견기업을 포함한 대EU 수출기업의 CBAM 대응역량을 강화한다. 실무자 가이드북을 제작, 배포해 대EU 수출설명회를 추진하고, 배출량 측정을 위한 실무자 교육도 진행한다. 제품 탄소배출량 측정을 위한 기초 인프라도 확충하고 금융시장 등을 통한 탄소 감축 환경 조성도 계획한다.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단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대책도 진행 중인 것보단 계획 중인 것이 많고, TF도 이번 달에 처음으로 점검 회의가 개최됐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여러 대외 불확실성에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경제 부담을 최소화해 기회 요인을 활용하도록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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