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서울 강동구에서 잇따라 분양한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과 강동 헤리티지 자이의 청약 희비가 엇갈렸다. 3.3㎡(평)당 900만 원가량 저렴한 분양가를 앞세운 강동 헤리티지 자이에 고가점자가 대거 몰린 것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입지나 단지 규모 등 그동안 흥행을 결정지었던 요소에서 모두 앞섰지만, 실수요자들도 청약 한파에 가격을 최우선 선택지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길동에 짓는 강동 헤리티지 자이는 전용면적 59B㎡형 최저 당첨 가점이 64점으로 집계됐다. 평균 당첨 가점은 67.8점이었고, 최고 가점자는 74점으로 집계됐다.
최저 당첨 가점 64점은 3인 가구 기준 청약 만점에 해당하는 점수다. 평균 당첨 가점인 67.8점 역시 4인 가구 기준 만점(69점)과 맞먹는다. 청약 가점은 크게 무주택 기간(이하 15년 기준 최대 32점)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최대 17점), 부양가족 규모(최대 6명, 35점)로 계산하며 만점은 84점이다.
앞서 분양한 둔촌주공 재건축은 전용 49A㎡형 기준 청약 당첨선 20점부터였다. 이 점수는 1인 가구가 청약통장을 5년 정도 유지하면 얻을 수 있는 수준이다. 강동 헤리티지 자이와 같은 평형인 전용 59㎡형에도 최저 46점부터 당첨됐다.
일반적으로 저가점자는 통장 납입 기간이 짧고, 1~2인 가구가 많아 실제 계약률도 낮다. 반대로 고가점자는 오래 묵힌 통장을 신중하게 판단해 청약을 넣은 만큼 당첨자 발표 이후 계약률도 높다. 강동 헤리티지 자이가 경쟁률(1순위 54대 1)뿐 아니라, 고가점자 위주의 청약이 이뤄지면서 분양의 질에서도 둔촌주공을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청약 시장에서 강동 헤리티지 자이가 흥행을 거둔 것은 둔촌주공 재건축보다 저렴한 분양가를 갖춘 것이 결정적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강동 헤리티지 자이는 둔촌주공 재건축보다 입지와 규모 등 기존 잣대에선 모두 열세다. 강동 헤리티지 자이는 총 1299가구 규모로 1만2032가구 둔촌주공 재건축의 10분의 1 수준이고, 지하철 5호선 길동역과 약 1㎞가량 떨어져 있어 역세권으로 보기 힘들다. 반면 둔촌주공 재건축은 5호선 둔촌동역과 9호선 둔촌오륜역과 맞닿은 초역세권이다.
하지만 강동 헤리티지 자이는 평당 평균 분양가 2945만 원으로 둔촌주공(평당 3829만 원)보다 평당 900만 원가량 저렴하다. 전용 59㎡형 기준으로 두 단지는 3억 원가량 가격 차이가 벌어졌다.
최근 서울은 물론 10월 부산에서 분양한 양정자이SK뷰(평균 경쟁률 58대 1)와 대전 갑천2 트리풀시티엘리프(153대 1) 등 청약 한파 속에서도 저렴한 분양가를 갖춘 단지에는 어김없이 실수요자가 몰렸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분양시장이 한파를 이어가더라도 분양가 경쟁력을 갖춘 단지들은 흥행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앞으로 분양 단지는 입지뿐 아니라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 등을 모두 갖춘 곳만 흥행할 것”이라며 “특히 가격이 가장 큰 결정 요소인 만큼 서울이나 수도권에선 비싼 분양가 책정으로 중도금 대출을 못 받는 단지는 실수요자를 끌어모으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