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붕괴된 글로벌 공급망을 다시 타격했다. 그 여파로 주요국 물가상승률이 수십 년래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실물 경제를 위협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PCI) 연간상승률은 6월 9.1%로 41년래 최고치를 찍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물가상승률도 10월 10.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가 살벌하게 뛰자 중앙은행들이 비상에 걸렸다. 전쟁 여파로 세계 경기가 위축 국면에 빠진 가운데 물가는 고공 행진하는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가 커지면서 중앙은행들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기 풀었던 막대한 유동성을 빠르게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 제로금리를 버리고 금리 인상에 착수,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4.25~4.5%로 끌어올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월 금리 인상에 돌입, 세 번의 ‘빅스텝(금리 0.5%포인트(p) 인상)’과 두 번의 ‘자이언트스텝(금리 0.75%p 인상)’을 밟으며 마이너스(-) 0.5%이던 금리를 2.5%까지 인상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매파’ 본색을 드러내면서 투자 심리는 얼어붙었고, 전 세계 금융시장은 출렁였다. 세계 경제전망도 줄줄이 하향조정됐다.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미국이 1년 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은 70%로, 반년 새 두 배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