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구 기준 4000원 부담↑
"한전 적자, 2026년까지 해소"
가스요금은 동절기 고려해 동결
새해부터 전기요금이 또 오른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탓에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내년 1월부턴 1kWh(킬로와트시)당 13.1원을 올리기로 했다. 4인 가구 기준 월 4000원가량 부담이 늘어난다. 이 장관은 누적된 한전 적자를 2026년까지 해소하겠다는 기본 방침으로 추후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30일 이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kWh당 13.1원 인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전에 따르면 전력량 요금은 kWh당 11.4원 늘고, 기후환경요금은 1.7원 늘어난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연말에 1년 치를 반영해 인상을 결정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kWh당 5원으로 유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료비 조정은 분기별로 다시 검토해나갈 건데 앞으로 연료비가 더 오를지, 아니면 물가 상황은 얼마나 나아질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요금이 1분기부터 kWh당 13.1원이 증가한다면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4021.7원의 부담이 늘어난다. 인상 폭은 오일쇼크 이후, 분기별로 책정된 전기요금 기준으로 최대치다. 다만 산업부와 한전이 본래 kWh당 50원가량 인상이 필요했다고 주장한 것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2분기 이후는 국제 에너지 가격, 물가 등 국내 경제와 공기업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금 인상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약계층과 관련해선 "요금부담 완화 등 에너지 복지를 더욱 촘촘하고 두텁게 강화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2분기 이후 인상 계획은 그때 당시에 맞춰서 가장 적확한 숫자로 고려하겠다"면서도 "정부의 가장 큰 원칙이 2026년까지, 지금까지 형성된 한전의 누적 적자를 해소한다는 것"이라며 추후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장관은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이유에 관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꼽았다.
그는 "지난 5년간 저원가 발전원인 원전이 축소되고, LNG 등 원가가 높고 연료비 변동 리스크에 취약한 발전원 비중이 증가한 상황에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지난해보다 3~4배 이상 폭등한 것이 한전 적자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전은 지난해 6조 원에 이어 올해는 30조 원을 웃도는 적자가 예상된다"며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에 따라 국내 에너지 공급의 지속 가능성이 우려된다. 채권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우리 경제 전반으로 부담이 퍼진다"고 덧붙였다.
전기요금과 달리 가스요금은 1분기엔 올리지 않고, 2분기 이후 요금 인상 여부를 검토한다. 이 장관은 "겨울철 난방비 부담, 전기요금 인상 등을 고려해 내년 1분기엔 가스요금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그밖에 농사용 전기요금은 인상분을 3년에 걸쳐 3분의 1씩 반영해 단기간 요금부담 증가를 막기로 했다. 에너지 효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중견기업에는 에너지 수요 효율화를 돕는 지원책을 마련했다.
이 장관은 "에너지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 원전 등 저원가 발전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보다 근본적으로 국내 경제를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공공부문, 산업부문 등 모든 경제 주체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