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따라 새해부터 스타트업계 긴장하고 있는 상태”
# 서울 강남구에서 플랫폼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A 대표는 올해 정부의 벤처ㆍ스타트업의 정책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A 대표의 기업은 최근 투자 라운지서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올해 정부과제인 ‘딥테크 스타트업 육성’ 10대 분야에도 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3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벤처ㆍ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예산 4조5816억 원이 확정됐지만, 투자 시장에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 예산은 40%가량 삭감됐다.
모태펀드는 벤처캐피털(VC) 등이 조성하는 벤처펀드에 매칭 출하는 방식으로 운용돼 민간 벤처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작년부터 정부의 모태펀드 ‘삭감 시그널’로 투자 심리는 얼어붙었고 VC들은 신규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스타트업들은 투자 혹한기를 맞이했다.
이 같은 혹한기 상황에서 정부는 ‘스타트업 코리아’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IT와 바이오산업뿐 아니라 방산과 원자력, 탄소 중립과 엔터테인먼트까지 ‘스타트업 코리아’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소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ㆍ스타트업 정책과제로 △글로벌 펀드 △딥테크 스타트업 육성 △상생 성장 등 3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펀드를 미국, 중동, 유럽 등지로 확장해 해외 VC들이 국내외 기업에 투자하게 할 계획이다. 이를 8조 원 규모로 조성한다고 중기부는 밝혔다. 구글,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과 함께 스타트업 270개를 지원하고 K-스타트업센터와 벤처투자센터를 베트남과 유럽에 추가로 설치한다. 딥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선 시스템반도체, 로봇, AI, 차세대원전 등 10대 분야에서 5년간 유망 스타트업 1000개 이상 선별해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일부 기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견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A 대표는 “정부가 조 단위로 스타트업을 지원해 ‘스타트업 코리아’를 외쳤지만, 현실은 여전히 투자받기 힘들고 시장은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한 스타트업 지원 기관 관계자도 “투자 생태계에선 풍부한 유동성이 활기를 만든다”며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 것은 자잘한 핀셋 지원이 아닌 스타트업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민간 투자를 이끌 신호”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의 핵심 인력인 개발자들도 올해 스타트업계 혹한기가 지속된다고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리어테크 스타트업 퍼블리가 운영하는 개발자 SNS ‘커리어리’ 이용자 48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스타트업 혹한기가 지속될 거 같다고 응답한 비율은 83%에 달했다. ‘끝날 것 같다’는 항목은 17%에 그쳤다.
개발자 채용 전망 설문에서는 답변자 중 51%가 ‘작년보다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꼽았다. 40%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망 좋은 스타트업 업종 부문에서는 1위로 B2B SaaS(22%)를 주목했다. 이어 핀테크(21%), 커머스(17%) 등이 뒤를 이었다.
커리어리 관계자는 “실제 빅테크 및 스타트업 업계는 현재 투자 시장 한파 속에 뜨거웠던 개발자 채용이 한풀 쉬어가는 양상을 보이는 중이다”며 “경기 불황에 따라 IT 기업 및 스타트업 채용 시장이 축소된 만큼, 2023년을 시작하는 업계 관계자들 또한 긴장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