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단어가 있다. 반도체와 중국이다. 반도체 수출이 쌩쌩 돌아가고 중국으로의 수출 선적이 늘면 한국 수출은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 하락이나 중국 경기 둔화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한국 수출 자체가 부진을 면치 못한다. 반도체와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이 반도체와 중국이 흔들리자 한국 수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 것이 사실이다. 수출 품목과 시장 다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292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간 수출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월 수출액은 하반기부터 감소세가 가팔라졌다.
8월부터 5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면서 29.0%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2021년보다 증가 폭이 많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한국 반도체의 대표 제품인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된 영향이다. D램 고정가는 5∼6월 3.35달러에서 10∼12월 2.21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 감소는 IT 기기 수요 감소와 재고 누적 등 복합적인 영향에 기인한다"라며 "제품 가격 하락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초 신규 CPU 출시에 힘입어 하반기 이후 반등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부진에 더해 대중(對中) 수출 감소는 뼈아프다.
지난해 대중 수출은 1558억1000만 달러로 4.4% 감소했고, 수입은 1545억6000만 달러로 11.5% 증가했다.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중 무역수지 역시 지난해 5∼8월 적자를 이어가다 9월에 흑자로 돌아선 뒤 10월부터 다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강력한 봉쇄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중국이라는 한 시장의 부진이 한국 수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등 시장 다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 갈등, 코로나19 봉쇄정책 등으로 중국 수출에 대한 리스크가 적지 않다"라며 "수출 시장 다변화를 통해 대외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