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교수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대통령, 정치인의 인터뷰는 여전히 언론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지면을 통해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를 토대로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어떤 생각과 철학을 갖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설사 언행이 일치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터뷰 내용은 그 사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임엔 틀림없다.
아쉬운 점은 국내 기업의 사령탑인 CEO의 목소리는 언론사의 지면과 홈페이지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도 국내 언론사와 서면 및 구두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대기업을 이끄는 다른 오너(회장)들도 자신의 철학과 생각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기 때문이다.
물가와 금리 상승으로 올해 경제 역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국내 개미투자자는 1000만을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전 국민이 투자자가 되고 있는 현재 국민의 관심사는 정치보다 경제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튜브에서 가장 구독자가 많은 채널도 대부분 투자와 관련된 기업, 경제방송이다.
CEO가 내실을 기하기 위해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언론사가 CEO의 목소리를 곡해해서 자극적으로 기사를 뽑는 것도 인터뷰를 기피하는 핵심 요인일 것이다. 다만, CEO의 목소리가 언론에서 사라진 이후 유튜브에선 지금도 잘못된 기업 정보가 다수 구독자를 현혹하며 투자를 강권하고 있다.
기업에 근무하는 구성원들도 CEO의 생각을 자세히 듣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CEO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래사업 방향성, 인재육성, 투자계획 등을 밝힌다면 취업준비생에게는 소중한 학습 자료가 될 수 있고 투자자에게는 투자의 신뢰 지표가 될 수 있고 국민에게는 경제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예전에는 기업의 경영진 및 CEO가 대학에 방문해서 특강을 진행하거나 방송에 출연, 자신의 일상을 소개하며 적극적으로 경영철학과 리더십에 관한 생각을 공개하기도 했다. 물론, 최근 들어선 기업의 오너 경영진이 SNS를 통해 젊은이들과 가깝게 소통하고도 있으나 해당 플랫폼에서 진지한 기업가의 생각과 가치관을 엿보긴 어렵다.
MZ세대 이슈가 부각하며 국내 거의 모든 기업의 CEO들이 탈권위주의와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관료제로 상징되던 다단계 직급체계가 무너지고 구성원과의 존중, 소통을 강조하는 경영자, 기업가 역시 늘어나고 있다.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인재가 찾는다고 주장하는 이도 바로 CEO들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글로벌 기업의 CEO들은 여전히 다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경영철학을 얘기하고 있다. 불확실한 루머가 퍼지는 것보다 CEO가 직접 기업의 미래 방향성을 명확히 밝혀야 투자유치와 우수 인재 확보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내 기업의 CEO들도 조금 더 언론 인터뷰에 적극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10년 전 한 언론사의 경제부에 소속된 고참급 기자는 필자에게 유명 글로벌 기업의 CEO들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 적극 나서는데 오히려 국내 기업의 CEO들은 점점 더 언론 인터뷰를 기피하고 있어 이 점이 참 아쉽다고 피력했다. 소통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대, CEO의 생각을 듣기 어려워진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언론 역시 자성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매체가 난립하며 신뢰할 수 있는 언론사를 찾기 어려운 점은 또 다른 현실이다. 클릭 수를 위해 자극적인 기사를 뽑기보다 CEO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신뢰의 품격을 언론도 갖춰야 한다. CEO와 언론이 신뢰의 소통을 할 때 경제, 기업, 언론의 품격도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