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영화계가 맞은 변화를 이야기하는 영화진흥위원회 자문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업계 사람들 여럿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한 연구원은 “젊은 세대는 누군가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걸 즐거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일면 동의할 수 있는 말이다. 영화가 절정에 이른 순간 팝콘을 '우걱우걱' 씹어 먹는 사람, 집에서 싸 온 음식을 꺼내기 위해 가방 속에서 끊임없이 비닐봉지를 '부스럭'대는 사람, 한 번쯤은 만나봤을 거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3년간 세계를 지배한 팬데믹은 사람들에게 혼자 보내는 시간의 장점을 알게 했다. 적어도 내 집에서, 내 스크린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즐기는 동안에는 검증되지 않은 타인으로부터 ‘불쾌감 공격’을 받을 일이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앞으로도 웬만하면 모든 걸 혼자 경험하라'고 권유하고 싶지는 않다. 아마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다. 비단 영화관 얘기뿐만 아니다. 사람들이 쉬는 날 굳이 시간을 내 공연장이나 미술관처럼 누군가와 무언가를 함께 감상하는 공간을 찾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게 똑같은 작품에서 다른 사람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일종의 즐거운 사회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설령 ‘신과 함께’나 ‘영웅’같은 한국 영화를 시큰둥하게 본 사람일지라도 영화관을 나선 뒤에는 ‘엄마(예수정, 나문희)가 나오는 장면에서 옆자리 사람이 울더라’는 이야기로 친구와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타인과 함께하는 사회적 경험은 우리 삶의 이야기를 풍요롭게 만든다. 다만 이 경험의 가치를 제대로 누리려면 모두의 매너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