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누군가 세부담 떠안아...세수 확보 방안 마련해야"
지난달 세법 개정으로 법인세 인하를 성사시킨 정부가 올해에는 대기업의 투자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하는데 역량을 집중한다.
또한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위해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에 이어 취득세 중과세율 폐지도 추진한다. 대기업과 부동산 부자들에게 세금을 추가적으로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대대적인 세금 감면에 나서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한 세수 확충 방안을 찾아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대기업에 시설 투자액의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하는 내용 등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개정안을 보면 반도체·배터리·백신·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의 시설에 투자한 대기업의 세액공액율이 현재 8%에서 15%로 올라간다. 가령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생산시설에 1조 원을 투자한다면 세금 감면액이 현재 800억 원에서 15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이와 별도로 올해 투자 증가분(직전 3년 평균치 대비)에 대해서는 국가전략기술 여부와 상관없이 10%의 추가 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대기업으로선 최고 2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받게 되는 셈이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대기업에 한해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 공제율을 6%에서 8%로 높이는 정부 제출 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며칠 뒤 윤 대통령은 기재부에 추가 세제 지원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그 배경에는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은 현행 4단계에서 2~3단계로 단순화하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수정 처리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과세표준 전 구간에 걸쳐 1%포인트(p)씩 인하하는 내용으로 수정됐는데 정부와 대통령실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침체된 주택거래 정상화를 위해 올해 다주택자의 부동산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2주택자 취득세 중과는 폐지하고, 3주택자부터는 중과세율의 50%(조정대상지역 6%·비조정대상지역 4%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달 23일 세법 개정안 통과로 지난해 종부세 중과세 대상이었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와 과세표준 12억 원 이하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올해 중과세율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종부세에 이어 부동산 취득세에 대해서도 세 부담을 줄여 준다는 것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투자세액공제 확대와 취득세 중과 완화가 현실화되면 추가적인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최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개정세법으로 5년(2023~2027년)간 세수가 64조4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의 5년간 세수 감소 폭이 27조40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소득세가 19조4000억 원, 증권거래세 인하가 10조9000억 원, 종부세가 5조7000억 원 순이었다.
법인세의 경우 정부 안대로 올해 투자 세액공제율이 확대되면 법인세 세수 감소 폭은 더 커지게 된다. 투자 세액공제율 확대 시 올해 줄어드는 세수가 3조65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대대적인 세금 감면 추진으로 세입 기반 훼손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세수 확보 방안은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기업 등에 세금을 감면해주면 투자 및 고용 확대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세수가 증대될 것이란 단순 논리만 펼치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특정 주체에 대해 세금을 깎아 준다면 다른 누군가가 세 부담을 대신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이 점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를 명확히 하고, 세수 확충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