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은 반등을 꿈꾼다.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잇따라 집행 예고되면서 다주택자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시장 재도약이 기대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인 ‘금리’ 역시 연내 인상을 마무리하고 진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큰 것 역시 반등에 대한 희망의 요소로 꼽힌다.
계묘년 부동산 시장 반등 희망은 규제 완화에서 우선 찾을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집값 경착륙(호황이던 경기가 빠른 속도로 침체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규제 해제 카드를 연달아 꺼내 들고 있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해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를 단행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주택자 규제 완화안이다. 다주택자 규제를 해제해 주택 거래 활성화를 시도하고, 매매·임대 거래량을 늘려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다.
다주택자 규제 완화는 크게 대출과 세금 분야에서 진행된다. 우선 다주택자도 부동산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 규제는 1분기 중으로 해제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30%까지 받도록 허용한다.
부동산 규제지역도 대거 해제했다. 국토부는 지난 3일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규제를 해제했다. 서울 강북지역에도 다주택자가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튼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를 부동산 시장 정상화 첫걸음으로 평가했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대표(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내년 부동산 시장의 희망은 이전 정부의 ‘부동산 3불(매도·매수·보유 금지)’ 정책을 걷어내는 것으로 부동산을 매수할 환경을 조성한 것”이라며 “이후 저금리 전환과 대내외 경제 위기가 해소되면 시장 정상화를 빠르게 앞당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주택자가 주택을 사들이면 주택 구입 시 내는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고, 오는 5월까지 한시 유예 중인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 배제는 내년 5월까지 일 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내년 7월에는 추가 세재 개편안을 통해 양도세 체계 차체를 뜯어고쳐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를 최대한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다른 정책보다 취득세 중과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미 지난해 규제가 대거 풀린 충청지역이나 부산, 대전 등 광역시에 분양 예정인 아파트 단지에 다주택자들이 세제 완화를 발판으로 수익용 부동산 구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분양권과 입주권의 단기 양도세율은 2020년 이전 수준으로 환원한다. 현재 분양권과 입주권 기준 1년 미만 보유 시 양도세율은 70%지만, 이를 45%로 개선한다. 또 1년 이상 보유 시 60% 이상 부담하는 양도세율은 기본세율(6~45%)을 적용하는 것으로 바뀐다.
청약자는 부담 없이 분양받을 수 있도록 중도금 대출 상한선(12억 원)을 폐지했다.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도 대폭 완화해 무주택자도 부담 없이 내 집 마련에 뛰어들 수 있도록 유도한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발(發) 기준금리 인하도 마무리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급격한 미국 금리 인상이 종료되면 국내 기준금리 역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 반등을 기대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날 투자은행(IB)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은 하반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오는 3∼5월까지 연준의 금리인상이 계속되고, 최종금리 수준은 5.0∼5.5%로 예상됐다. 이르면 미국이 3분기부터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한국은행 역시 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는 만큼 국내 금리는 4분기부터 내릴 가능성이 크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하반기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 우리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이를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 충격이 멈추고 반등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 대표 역시 “고금리가 영원히 지속할 상황은 아니므로 미국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한국 금리도 내릴 것이고, 이때 정부가 앞서 풀어놓은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으로 올해 부동산 시장이 ‘V’자 형태의 급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렇듯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하반기 반등이 점쳐지는 만큼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무주택자에겐 올해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공주택 50만 가구 공급에 박차를 가한다. 민간 역시 규모는 줄었지만 25만 가구 이상 분양 물량을 풀 예정이다. 집값 내림세로 공공·민간 모두 분양가격이 저렴해진 만큼 올해 무주택자는 청약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유효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공공주택 50만 가구를 포함한 총 270만 가구 공급을 약속했다. 공공주택은 다음 달 사전청약을 시작하는 등 공급에도 속도가 붙었다. 주요 공급지역은 서울과 수도권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공급되는 서울 고덕강일 3단지와 시세차익 나눔형인 고양창릉, 양정역세권, 남양주진접2 등 수도권에 시세보다 최대 30% 저렴한 공공분양주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다음 달 사전청약 2298가구 공급을 시작으로 임기 내 주택 공급에 박차를 가한다.
민간 분양 물량은 올해 25만 가구 규모가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최근 지난해 41만 가구 공급에 비하면 적은 물량이지만,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 청약이 예고된 만큼 청약 대기자라면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하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선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 2678가구와 동대문구 이문1구역 3069가구, 휘경3구역 재개발 1806가구 등이 청약 출격 대기 중이다. 경기지역에선 광명시 광명1구역 재개발 3585가구와 성남시 성남중1구역 1972가구 등 핵심지 청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권 교수는 “올해 내 집 마련이 만만찮겠지만,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나 무주택자라면 분양시장을 두드리는 게 좋다”며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은 시장가의 80% 수준에 분양가격이 책정되므로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청약을 노릴 것을 권한다.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나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저가 아파트를 공략해 내 집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