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을 준비하는 직장인 김 씨(35)는 이코노미석으로 장시간 비행하는 것이 꺼려진다. 한 번뿐인 신혼여행을 비즈니스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수백만 원 차이라는 걸 알고 포기했다.
김 씨처럼 이코노미 좌석에서 장시간 비행하자면 불편한 자세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목적지가 지구 반대편의 미국 뉴욕(이코노미 편도 260만 원)이라면 14시간 이상을 의자에 갇혀 있어야 한다. 혹여 등받이를 뒤로 젖힌다 해도 뒷사람에게 눈치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최근 항공기 의자의 등받이 조절 기능이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생산되는 비행기 대부분이 일반석을 승객이 조작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여객기의 이코노미 좌석에서 등받이를 뒤로 젖히는 기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때 대부분 항공사의 이코노미 좌석이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는 기능이 탑재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등받이 조정 버튼이 아예 없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유는 크게 △유지관리 비용 절감 △좌석 경량화 △승객 간 다툼 방지 등 세 가지다. 먼저 좌석에 등받이 조정 기능이 있으면 항공사로서는 고장 수리 등으로 유지관리에 비용이 더 들어간다.
등받이 조정 기능을 없앤 만큼 좌석 경량화가 가능하다. 현대 항공기 좌석은 1개당 7∼10㎏인데, 무게를 줄인 만큼 연료를 아낄 수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단거리 운항이 많고 비용 절감에 주력하는 저비용항공사(LCC)를 겨냥해 등받이 조정 기능을 없앤 차세대 초경량 좌석이 시장에 진입했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등받이를 똑바로 세운 것과 뒤로 살짝 젖힌 것의 중간 정도로 고정된 이런 좌석을 ‘미리 젖혀진 좌석’으로 홍보해 왔다.
CNN은 승객 간 다툼을 방지해 승무원의 고된 노동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등받이 조절 기능 없는 좌석의 가장 중요한 효과로 소개했다.
등받이를 뒤로 얼마만큼 젖히는 게 공공예절에 부합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승객들이 등받이 문제로 심하게 다투면서 항공기가 안전을 이유로 회항하는 일이 일어나곤 한다. CNN은 “단거리 여정에서는 등받이가 없는 좌석이 앞뒤 승객과 다툼 가능성을 없애주기에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평균 체격은 커지는 추세다. 항공기 좌석도 이런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항공기 좌석 크기의 최소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인들의 신체 크기는 커지지만, 비행기 좌석 간격은 좁아지고 있어 승객들의 불만이 커지면서다. 실제 비행기 좌석이 넓어질 경우 항공료 인상이 불가피할 해진다.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FAA는 항공기 승객의 안전과 건강을 고려해 비행기 좌석 크기에 대한 최소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동안 FAA는 비행기 좌석 크기의 최저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진 않았다. 크기에 상관없이 비상시 대피하는 데 90초 이상 걸리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고, 좁은 좌석으로 인한 승객의 불편은 항공사와 고객 사이의 문제일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항공업계 역시 현재 좌석 크기가 기존 FAA에서 마련한 안전 기준에 충족한다며 새 기준 마련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승객들은 좌석이 과도하게 좁아 건강과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며 불만을 표출해 왔다.
미카 엔드슬리 인간 요소 및 인체공학협회 대정부 관계 책임자는 “비행기가 정상 운항할 때의 안전도 중요하다”라며 “좁은 좌석에 앉아 있는 것은 대피 상황은 물론 평상시에도 승객의 몸에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지적했다.
또 “FAA가 좌석 크기 최저 기준을 제정하지 않으면 좌석과 개인 공간은 계속 줄어들 수 있다”라며 “공통 규정을 제정하면 그 기준 이하로 작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남성의 평균 체중은 약 90㎏, 여성은 77㎏으로 1960년대보다 각각 13.6㎏ 늘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비용을 조금 더 받지만, 착좌감을 끌어올리는 비즈니스 클래스(상급좌석)와 이코노미의 중간 정도의 단계를 추가하고 있다.
비즈니스 클래스와 이코노미 클래스 간의 가교 구실을 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제다. 기존 비즈니스석이나 이코노미석 대비 수익률이 높은 데다, 최근 탑승률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적 경기 불황 심화 속 합리적 비용으로 사치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는 ‘립스틱 효과’ 현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LCC 업계는 엔데믹 국면에서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을 겨냥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제주항공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비즈라이트’ 탑승객을 분석한 결과 약 5700명이 탑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비즈라이트 탑승객의 절반 이상이 인천~클락 또는 인천~마닐라 등 평균 비행시간 4~5시간 정도의 중거리 노선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운항 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노선에서 편리한 여행을 원하는 40~50대 고객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내년에 도입할 차세대 항공기 B737-8에도 비즈라이트석을 일부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플라이강원도 지난달 도입한 4호기(A330-200)의 총 260석 중 18석을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으로 채워 넣었으며, 에어프레미아 역시 최근 도입한 309석짜리 기종(B787-9)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56석을 운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