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수요 둔화ㆍ재고 조정으로 매출 부진할 듯
2㎚ 공정 개발 등 기술력 올인…일본 추가 공장 건설 검토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지난해 3분기부터 2개 분기 연속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4분기 매출이 시장 전망치에 못미치면서, 올해 1분기 실적은 장담할 수 없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SMC는 12일(현지시간)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2.8% 증가한 6255억 대만달러(약 25조6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2959억 대만달러(약 12조1000억 원)로 전년 동기(1662억 대만달러) 보다 78% 증가했다.
TSMC의 4분기 매출은 당초 시장 전망치였던 6360억 대만달러(약 26조 251억 원)에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인한 IT 기기 수요 둔화 및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투자 감축으로 프로세서 주문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TSMC 매출이 전망치에 미치지 못한 것은 2년 만이다.
TSMC는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을 TSMC보다 적은 20조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TSMC와 반도체 매출 선두를 다투는 인텔의 지난해 4분기 매출 전망치도 20조 원을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
웬델 황 TSMC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후 브리핑에서 “작년 4분기는 연말 시장 수요 둔화와 고객들의 재고 조정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TSMC의 12월 매출 하락은 PC 및 스마트폰 시장 부진으로 6, 7㎚(나노미터) 공정의 수요가 약했기 때문”이라면서 “올 1분기는 5㎚ 역시 재고 조정이 발생하며 전분기 대비 매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TSMC의 부진은 심화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TSMC가 재고 조정으로 인해 올 1분기에도 전 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TSMC도 올해 1분기 매출을 지난해 3, 4분기보다 다소 감소한 167억~175억 달러(약 20조8416억~21조8400억 원)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1분기는 글로벌 수요 둔화 속 TSMC가 4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감소를 기록하는 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TSMC는 지난해 말 3㎚ 공정 양산을 시작한 가운데 2㎚ 공정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오는 2024년 애리조나 1공장에서 4㎚를, 2026년 2공장에서 3㎚를 생산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TSMC는 일본에 두 번째 반도체 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다. 이달 12일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 결산 설명 기자회견을 통해 이와 같은 발언을 하며 일본 정부의 지원을 강조했다. TSMC는 현재 일본 소니그룹, 덴소와 함께 구마모토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2024년 말 생산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해 500만㎡(약 150만 평)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3년 말께 장비 반입을 시작해 2024년 내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테일러 공장 착공에 돌입하면서 ‘셸 퍼스트(Shell First)’ 전략을 앞세워 2라인에도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