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개막하는 제52회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 일명 다보스포럼을 두고 또 말이 많다.
올해는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을 주제로 전 세계 정·재계 리더 약 2700명이 참석하는데,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 오는 리더들조차 자동차나 기차로도 가능한 거리를 굳이 탄소 배출이 많은 제트기로 와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네덜란드 환경연구 그룹 CE 델프트(CE Delft) 조사 결과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기간 무려 1040대의 전세기가 개최지 주변 공항에 내린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지난해 다보스 포럼이 열렸던 5월 21일부터 27일 사이 스위스 취리히와 제네바, 프리드리히스하펜 등 다보스 인근 7개 지역 공항에서 뜨고 내린 전세기 수를 집계한 것이다.
그린피스는 “1040대라는 수치는 다보스포럼 기간 전후 이착륙한 비행기가 평균 540대였던 것과 비교해 93%가량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다보스포럼 기간 인근 공항에 내린 전세기 중 다수는 스위스와 이웃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53%는 비행거리가 750㎞에 미치지 못하는 단거리 운항이었다. 비행거리가 50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38%에 이르렀고, 심지어 겨우 21㎞를 이동하려고 전세기를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경기도 일산과 강남과의 거리가 약 40㎞인 걸 감안하면, 이보다도 훨씬 짧은 거리를 전용기로 이동한 셈이다.
그린피스는 “이 정도는 기차 등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으로도 충분한 거리인데도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은 굳이 전세기를 동원해 다량의 탄소를 배출했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이 무분별하게 전세기를 이용하면서 지난해 행사 기간에만 9700t에 이르는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됐다면서 이는 승용차 35만 대가 일주일 동안 내뿜는 탄소량과 맞먹는 양이라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세계 인구의 80%는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데도, 비행기 배출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에 고통받고 있다”며 “지구온난화 대응에 전념한다던 다보스포럼이 ‘전세기 대풍년’을 터뜨린 건 위선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다보스포럼 개최에 대한 반대 시위 이유는 또 있다.
다보스포럼은 다국적 기업 리더들이 참석을 꺼리는 행사로 취급받기도 한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한 번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적이 없다. 쿡의 전임자인 고 스티브 잡스(1955∼2011)도 마찬가지였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2년 전부터 다보스포럼에 발길을 끊었다. 대신 그들은 대리인을 보내 다보스포럼의 체면을 살려주고 있다.
앞서 버지니아 로메티 IBM 전 CEO와 제프리 이멜트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도 불참을 선언했었다. 당시 이멜트 회장은 “다보스 같은 데는 안 갈 것”이라며 경멸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기업인들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기업인들의 WEF 참가 비용은 연회비 외에 참가권을 합쳐 7만 달러(약 7469만 원) 정도다. 이 때문에 ‘1% 중에서도 1%를 위한 잔치’로 불린다.
권위적인 문화를 꺼리는 정보기술(IT) 업계 인사들은 이런 모임에 호의적이지 않은 편이다. 영국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런던시장 시절 “서로서로 아첨하는 자기도취의 모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다보스포럼은 매년 1월 말 개최돼 오다 2021년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행사가 취소됐고, 지난해엔 5월에 열렸는데, 이번에 3년 만에 원래대로 1월에 대면으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