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청년 비율 4.5%…5년 이상 장기화 41.2%
-고립은둔 여성 B 씨(30대)
서울에 사는 고립·은둔 상태의 청년이 1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립·은둔 생활을 하게 된 원인은 실직이나 취업의 어려움이 가장 많았다.
서울시는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과 분석을 위해 전국 최초로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청년 5513명 및 청년 거주 5221가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서울 청년 중 고립·은둔청년 비율은 4.5%로 추정된다. 이를 서울시 인구에 적용할 경우 최대 12만9000명에 이를 것으로 산출된다. 전국 청년(만19~39세 기준) 대상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국내의 고립·은둔청년은 약 61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조사과정에서 정밀한 기준 설정을 위해 고립, 은둔청년의 개념부터 정의했다. '고립'은 현재 정서적 또는 물리적 고립상태에 놓인 자로 고립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되는 경우로, '은둔'은 현재 외출이 거의 없이 집에서만 생활하며 은둔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되고, 최근 한 달 내 직업‧구직 활동이 없던 경우로 규정했다.
고립·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계기는, '실직 또는 취업에 어려움'(45.5%)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심리적, 정신적인 어려움'(40.9%),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함께 활동하는 등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움'(40.3%) 순이었다.
고립‧은둔청년은 서울시 청년 전체 평균보다 성인기 전후로 더 많은 부정적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기 이전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정서적으로 힘들어했던 경험'(62.1%),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경험'(57.8%), '지인으로부터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57.2%) 등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기 이후에는 '원하던 시기에 취업을 못했거나'(64.6%), '원했던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던 경험'(60.7%) 등 주로 취업 실패 등에 대한 경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립‧은둔청년 중 55.6%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고, 주로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러한 생활의 지속기간은 '1년 이상~3년 미만'(28.1%), '3년 이상~5년 미만'(16.7%), '10년 이상'(11.5%) 순이었다. 은둔 생활이 5년 이상 장기화 된 청년 비율도 28.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고립‧은둔청년 중 본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보통보다 낮다고 응답한 비율이 64.7%이며, 이는 일반청년의 응답 31.4%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또한 본인의 경제적 수준도 '매우 부족함'(51.6%), '약간 부족함'(33.5%)으로 나타나 일반청년(각 15.2%, 35.6%)보다 큰 차이가 났다.
고립‧은둔청년은 자신의 신체적 건강상태에 대해 43.2%가 나쁘다고 응답해, 일반청년(14.2%)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관련 약물 복용 여부에 고립·은둔청년은 18.5%가 복용한다고 답해 일반청년 8.6%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고립·은둔청년 10명 중 8명은 '가벼운 수준 이상의 우울'(이중 중증수준 이상은 57.6%)을 겪고 있었다.
고립‧은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10명 중 5명(55.7%) 이상이 '그렇다'고 응답했따. 10명 중 4명(43%) 이상은 실제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해 본 것으로 확인됐다.
필요한 지원방안으로 '경제적 지원'(57.2%)이 가장 높았다. '취미, 운동 등의 활동'(44.7%), '일자리나 공부 기회'(42.0%), '심리상담'(36.8%) 순으로 다양했다.
가족에게 필요한 지원방안으로 '고립과 은둔에 대한 이해 프로그램'(22.4%), '부모와 자식 간 가족 상담'(22.1%)이 높게 나타났다.
시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고립·은둔 청년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 등을 기획해 지원 정책을 마련한다.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 전문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지금까지 단순 상담에 의존해왔던 고립‧은둔사업을 과학화하고 체계화된 사업 형태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고립‧은둔 청년을 토털 케어할 수 있는 종합 컨트롤타워로 (가칭)마음건강 비전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센터에서는 사업 참여자의 지속적 사후관리, 사업 성과평가, 전문가 자문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게 된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업을 설계해 3월 중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장은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당사자 중심의 섬세한 정책설계가 필요해졌고, 이에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실태조사를 시행해 유의미한 결과값을 확보했다"며 "이제 고립·은둔청년이 실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 그 청년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업을 마련해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