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책 없이 상충되는 요청만 하는 금융당국
조달금리 급등에 역마진 우려 "방법이 없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카드·캐피털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서민금융 지원을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충분한 위기 대응 능력을 확보하라고 강조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상충되는 요구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원장은 이날 "여신전문금융사는 시장성 차입 의존도가 높아 금융시장 변동에 취약한 구조적 약점이 있다"며 "유동성 위험과 신용위험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위기 대응 능력을 확보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부 여전사들이 유동성 확보,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 대출 취급을 축소함에 따라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도 "금융권의 지원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의 경우에는 자금 이용에 애로가 없도록 세심히 살펴봐 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결국, 근본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한 채 요청과 당부만 난무한 간담회였다는 평이다.
2·3금융권에서는 리스크관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대출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출 총량 규제를 받는 금융사들은 한도 관리 차원에서 통상 연말에 대출을 축소했다가 연초에 확대한다.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대출이 재개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여전히 플랫폼을 통한 대출이 재개되지 못하는 건 수익성 악화와 차주 신용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축은행과 캐피털사는 예금 금리,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인해 조달금리가 크게 오른 상태다. 저축은행 수신금리는 연 5%대에 형성돼 있고, 여신전문금융채(3년물)의 금리는 지난 13일 기준 연 4.7%를 기록하고 있다. 여전채의 경우 지난해 10월 대비해 다소 낮아졌지만, 지난해 초(연 2.8%)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보험사들은 약관대출을 조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대출중개 플랫폼을 통한 약관대출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현대해상은 보장성보험의 약관대출 한도를 잔존만기에 따라 차등 조정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달부터 변액보험을 제외한 상품들의 약관대출 한도를 95%에서 90%로 축소했다.
약관대출은 가입한 보험의 해약환급금 50~90% 범위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보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해서 일반 신용대출 대비 금리도 상대적으로 낮고, 대출을 위한 별도의 심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일반 신용대출보다 리스크가 적다. 그러나 적은 리스크에도 보험사들이 약관 대출을 축소하는 건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 목적이 크다는 설명이다.
업권별로 다른 이유로 대출 축소가 일어난 셈이지만, 취약 차주들의 대출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당장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2금융권에서 대출이 불가하다면 대부업체 등을 찾아야 하지만, 최근 러시앤캐시 등 대형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NICE평가정보 기준 대부업체 상위 69개사가 취급한 신규 대출액은 지난해 1월 3846억 원에서 같은 해 12월 780억 원으로 79.7% 감소했다. 결국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취약 차주들은 불법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중단에 대한 금융당국의 메시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조만간 재개되지 않을까 한다"면서도 "건전성과 수익성이 우려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저신용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를 막기 위해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한 긴급생계비 소액 대출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임시방편 수준이라는 게 금융권 전반적인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