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장 “EU, 미국과 중국의 희생양”
중국 부총리 “세계화는 편의 아닌 필수”
일부 기업엔 기회로 작용하기도
18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기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전 세계 경제 파편화를 경고했다.
그는 “IMF는 지리경제적 파편화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이곳 회원국들과 대화에서 많이 나오는 얘기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 간 기술 디커플링(탈동조화), 전기자동차 보조금과 같은 산업 정책을 둘러싼 유럽과 미국의 긴장, 전쟁, 석유·가스 시장의 비효율 등에서 파편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중국의 기업규제 여파로 유럽이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포럼에서 “EU는 유럽과 다른 지역의 에너지 기업들에 생산의 전부나 일부를 이전할 것을 공개적으로 부추기는 미·중 모두에 대한 희생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는 미국의 대규모 보조금 패키지와 경쟁하기 위해 2030년 청정기술 청사진을 제시하는 탄소중립산업법을 유럽의회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메시지에도 회의론은 여전했다. 중국이 서구식 반간섭주의에 기반을 둔 세계화 모델을 따르고 있다는 증거가 없을뿐더러 최근 시 주석이 자신의 최측근들을 요직에 앉히면서 시장과 서방의 의구심이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한편 기업으로선 경제 파편화가 위기이면서도 기회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게 세계 최대 광산업체 BHP다.
호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했던 당시 중국 측은 BHP의 석탄 수입을 금지하며 보복 조치했다. 중국과 거래가 끊긴 BHP는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했고, 덕분에 새로운 고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이크 헨리 BHP 최고경영자(CEO)는 “우린 다른 시장으로 빠르게 선회해야 했다”며 “유럽과 한국, 일본에서 다른 고객들과 새롭고 역동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포장업체 실드에어는 베트남과 태국 제조 시설을 증설하는 등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테드 도헤니 실드에어 CEO는 “과거 사업 모델은 중국에서 모든 것을 배송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고객과 가까운 저비용 국가를 찾는 게 목표”라며 “세계화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에겐 지역화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