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이달 약 9% 상승
인력 감축을 긍정 요인으로 평가
연준 긴축 속도조절 기대감도 반영
월가 “인력 감축, 수요 감소 예고한 것” 회의적 반응
미국 기술주가 우울한 실적 전망에도 새해 들어 랠리를 기록 중이다. 투자자들은 IT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나서며 반전을 꾀하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다만 월가는 지금의 흐름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고 중인 가운데, S&P500 IT 업종 실적은 2016년 이후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의 마이클 캐스퍼 애널리스트는 “기술 업종은 S&P500 기업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4분기 기술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시장조사 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적을 공개한 S&P500기업 57곳 중 63%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매출 증가율은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같은 기간 4분기 평균 매출 증가율은 5.3%인 반면, 이번엔 2.4%를 기록 중이다. 이 역시 기술주의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이달에만 약 9% 상승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의 월간 상승세로, 상승률은 S&P500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최근 주요 IT 기업들이 실적 부진을 예고하며 밝혔던 대규모 인력 감축안을 투자자들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 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지난주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7년 이후 가장 부진한 분기 매출을 예상하며 1만 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이미 감원에 나섰던 아마존도 이달 추가 해고에 들어갔고 메타와 트위터 등은 일찌감치 감원을 통한 비용 절감에 들어간 상태다.
미 연준이 긴축 속도를 줄이고 머지않아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투자자들을 부추기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주 연설에서 “기업 부문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며 “다음 회의에서 0.25%포인트(p) 인상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역시 “더 작은 폭으로 금리를 인상한다면 더 많은 데이터를 흡수할 능력을 얻게 되고, 이는 충분히 제한적 수준에서 더 나은 착륙을 할 수 있게 한다”며 ‘0.25%p 인상론’에 힘을 보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발 나아가 연준이 올봄 금리 인상 중단 여부와 시기를 저울질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월가에선 투자자들의 섣부른 판단에 주의를 당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고객 서한에서 “IT 기업의 비용 절감 조치가 성장에 좋은 징조는 아니다”라며 “이는 수요 감소를 예고하고 향후 판매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투자전략가는 “지난해 실적 부진은 우리가 지난 7년간 경험했던 것을 거울로 비춰주는 형상”이라며 “지금 모든 게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