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한 지역농협에서 간부의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직원은 결혼한 지 3개월 된 새신랑이었다.
JTBC 등에 따르면 이 직원의 유족들은 25일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도내 한 농협에 입사한 A 씨(33)가 지난해 1월 부임한 간부 B 씨의 괴롭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B 씨는 직원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A 씨에게 "왜 일을 그렇게밖에 못하냐",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등의 말들을 했고, A 씨가 직원 주차장에 주차하자 "네가 뭔데 (이런 편한 곳에) 주차를 하냐"고 핀잔을 주거나 "너희 집이 잘사니까 랍스터를 사라"는 등의 갈취도 했다고 전했다.
이런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A 씨는 지난해 9월 결혼을 3주가량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다행히 A 씨는 늦지 않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고, 이후 농협은 괴롭힘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농협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업무를 분리하지 않은 채 조사를 진행했다고 유족 측은 밝혔다. 유족은 당시 우울증이 심해져 병원에 입원까지 했지만, B 씨의 모욕적인 언행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농협 측은 지난해 12월 5일 정식조사결과 심의위원회를 통해 B 씨 등 2명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농협이 고용한 노무사의 조사결과 보고서에 기초한 심의위원 조사 결과 혐의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결국, A 씨는 12일 자신이 일하던 농협 근처에 차를 세워둔 채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에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들어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A 씨 가족들은 이날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넣고 경찰에도 고소할 예정이다.
농협 관계자는 "매뉴얼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조사가 이뤄졌다. A 씨에게 유급휴가도 제공하고 분리 조치도 이행했다"며 "만약 경찰, 고용노동부 등에서 조사를 요청하면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