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국내총소득(GDI)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
물가 우려에 경기부양 정책 마땅치 않은 형국
부동산·가계부채 연착륙 유도하며 제3세계 등 수출 다변화 모색해야
우리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10분기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연간기준으로는 잠재성장 수준을 웃도는 2% 중반대 성장세를 보였으나, 국내 경제주체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엿볼수 있는 총소득 부문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래 최악을 나타냈다. 올 들어서도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2분기 연속 역성장하는 소위 불황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4% 감소한 49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전년동기대비 1.4% 증가). 이는 2020년 2분기(-3.0)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연간으로는 2.6% 증가해 2020년(-0.7%) 이후 2년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다만, 이는 지난해 11월 한은 전망치(2.6%)에 부합하는 것이며, 2% 전후로 추정하고 있는 잠재성장률 수준보다는 높은 것이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작년 4분기 우리경제는 주요 국가들의 경기부진과 IT경기부진 심화 등으로 수출이 감소한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늘었던 민간소비도 약화했다”며 “연간기준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민간소비가 빠르게 회복했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등 주요국 경기둔화, 유가상승 등으로 수출을 중심으로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출부진이 이어지면서 올 1분기 역시 부진의 늪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20일까지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336억2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7% 줄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급한 금리인상의 부작용에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도 정점을 찍지 않았나 싶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TSMC(대만반도체 매뉴팩처링)에 밀리고 있다”며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는 경기침체를 예상한다. 다만 얕은 경기침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도 “중국은 봉쇄가 풀리고 경제 정상화가 기대되고 있는데다, 유럽지역 가스, 미국 물가 등 우려했던 글로벌 경기요인들이 아주 나쁘진 않다. (우리경제가) 우려했던것 만큼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인위적 부양책보다는 연착륙을 위한 미시대책을 주문했다. 박 실장은 “물가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통화나 재정정책을 통한 부양책은 정책일관성 측면에서도 쉽지 않다”며 “현재 어려움에 처해있는 곳의 어려움을 덜 수 있는 정도의 정책들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전했다.
안동현 교수는 “1분기엔 부동산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가, 2분기엔 회사채 차환발행이 몰려 있다. 가계부채 문제 역시 중산층까지 영끌을 통해 빚을 냈다. 거시정책 역시 미시적 대책들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때문에 판도를 바꾸긴 어렵다”며 “부동산과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제3세계 등 수출 다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