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와 이익 구조 달라…법인세 통해 세금 납부하는 게 건강"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특정 기업이 특정 시기에 이익이 난다고 해서 횡재세 형태로 접근해 세금을 물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횡재세 도입에 전혀 동의할 수 없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제안한 '횡재세' 도입에 관해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를 향해 "약 7조2000억 원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재원은 에너지 기업들에 대해 이른바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을 부과해 마련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횡재세는 정부 정책이나 대외 환경 급변으로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낸 기업에 추가로 징수하는 소득세를 의미한다.
추 부총리는 "기업이 일정 기간에 수익이 난다고 해서 횡재세 형태로 접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에 수익이 나면 법으로 정한 법인세를 통해서 세금을 납부하는 게 건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 등에서 일부 정유사에 대해 횡재세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그들은 유전을 개발하고 일종의 유전을 통해서 채유하고 정제해서 수익을 만들어내는 그런 구조"라며 "우리는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해 판매하는 구조여서 그들 국가와 기본적으로 이익 구조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최근 '난방비 폭탄'으로 인한 국민 불만 고조와 관련해선 "정책당국의 책임자로서 마음이 무거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망 애로 요인 때문에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다"며 "우리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어서 폭등한 에너지 가격이 국내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에너지를 수입해서 생산하는 우리 에너지 공기업들이 갖는 여러 재정상의 문제와 중요한 중산·서민층들의 민생 부담 문제가 정부한테는 늘 고민인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국제에너지 가격을 반영해 우리도 에너지 가격을 대폭 빨리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는 민생 부담과 국민들의 가계부담 문제가 늘 고민이어서 두 가지를 감안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가격 인상을 해왔다"고 부연했다.
추 부총리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많이 오를 때 그것을 100% 반영하면 국내 에너지 가격도 아주 큰 폭으로 올려야 하는데, 그것이 공기업의 재정 상황을 건전하게 하는 데는 필요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공공 에너지를 써야 하는 민생 가계 부담이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국제 가격이 있는 원가 부분을 그때그때 100% 반영하지 못하고 가계 부담 증가 등을 감안해 적정 수준에서 요금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에서 '30조 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현재로써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그는 "640조 원 규모의 예산을 통과시킨 게 엊그제고, 이제 막 집행이 시작됐다"며 "추경은 본예산 집행을 상당 부분 하고 그다음에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전쟁, 대규모 실업, 경기 침체 여러 재난 상황 등이 있어서 기존 예산에 수정을 가할 필요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부총리는 "이제 막 예산 집행을 시작하고 있는데 추경을 하는 건 재정운용 ABC의 기본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3개월간 그렇게 혼신을 다해서 서로 협상하고 심의해서 통과시킨 게 640조 예산 아니냐. 통과시키자마자 추경하자는 건 본예산을 엉터리로 편성했다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지금 편성한 예산을 집행해보고 정말 부족하거나 여러 경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판단할 일이지, 1월에 추경을 얘기하는 건 기본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