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매우 좋은 소식” 자평
올해 경기 둔화·침체 가능성 크다는 우려 커져
부동산 등 일부 경제지표 악화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 이어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올해부터 성장 모멘텀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에 따르면 이날 미국 상무부는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연율 기준)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경제성장률을 속보치와 잠정치, 확정치 등 3번에 나눠 발표한다. 이날 발표된 4분기 성적(2.9%)은 전분기의 3.2%에서 소폭 하락한 것이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2.8%)를 웃도는 것이다.
미 GDP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3분기에 3.2%로 오르며 플러스(+)로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하반기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지난해 연간 GDP 성장률은 2.1%로 집계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GDP가 발표된 후 "매우 좋은 소식"이라면서 "미국 정부의 경제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증거"라고 자평했다.
미 GDP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이 지난해 4분기 전년 대비 2.1% 늘어나며 전체 경제 성장률을 견인했다. 소비자 지출과 함께 정부 지출과 고정자산 투자가 증가하면서 GDP 성장 호조에 영향을 줬다. CNBC에 따르면 정부의 전체 지출은 GDP에 0.64%포인트(p) 증가를 이끌었다.
인플레이션도 완화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4분기에 3.2% 올랐다. 시장의 전망과 부합한 결과로 2분기(7.3%), 3분기(4.3%)보다 크게 낮아졌다. 다만 여전히 연준의 물가 목표치(2%)를 훨씬 웃돌고 있다.
WSJ은 미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견조한 경제성장을 이어갔다고 평가하면서도 거시적 경제 환경이 수요를 짓누르면서 올해 성장 모멘텀이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올해 성장세가 둔화하고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1년 새 급등한 기준금리에 소비가 점차 위축되고 있어서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시차가 있어서, 소비자들이 올해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 여파를 체감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4분기 GDP가 플러스 성장을 선방했지만, 이미 일부 경제 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악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신규 주택 건축 허가는 전년 대비 30% 감소했고, 건설착공 역시 22% 줄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도 1.1% 줄었다.
지난해 4분기 기업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어닝시즌이 전반적으로 침체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S&P500지수 편입 기업의 약 20%가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 기업은 매출이 4.1% 증가했지만 3%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짐 베어드 PMFA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해 상반기 GDP 성장률이 약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왔는데 4분기 GDP는 미국 경제 성장이 그만큼 강하지도 않은 것을 보여줬다"면서 "회복력 있는 소비자 지출에 힘입어 미국 경제는 지난해 말 견조한 속도로 성장했지만, 향후 분기에는 더욱 뚜렷한 둔화세에 취약한 상태"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