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부실 위험성 우려 나와…“핀셋 지원 필요”
서민 대출 상품인 햇살론을 통해 대출받은 중·저신용자가 원금을 갚지 못해 정부가 대신 갚아준 비율이 2년 새 3배가량 급증하면서 가계부채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햇살론15·햇살론17의 대위변제율은 2021년 1월 6.1%에서 지난해 11월 16.3%로 3배 가까이 높아졌다.
서금원은 대부업, 불법사금융 등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최저신용자나 저소득자들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을 운용 중이다. 소득 수준 등 최소한의 기준만 충족하면 연 15.9%의 금리로 대출할 수 있는 햇살론15와 햇살론17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서금원의 보증을 받아 대출받은 차주가 햇살론15·햇살론17의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서금원이 금융회사에 보증 비율만큼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를 한다.
문제는 대위변제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지원책이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1월 대위변제 건수는 2000건, 138억 원 규모였지만, 지난해 11월에는 4000건, 241억 원 규모로 늘었다.
햇살론 이용 중신용자들의 대위변제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햇살론15·햇살론17 대위변제율을 신용점수별로 살펴보면 600점대 이하 저신용자보다 700점 이상 중신용자 구간에서 더 많이 증가했다.
신용점수 701~800점 구간 차주의 대위변제율은 2021년 1월 2.5%에서 지난해 11월 18.4%로 높아졌다. 801~900점 구간 차주의 대위변제율은 같은 기간 1.1%에서 15.2%로 14배 급증했다. 반면 501~600점 구간 차주의 대위변제율은 같은 기간 8.5%에서 16.7%로 높아져 약 2배 증가에 그쳤다.
정부는 햇살론 외에도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채 관리를 위해 다양한 금융정책을 내놨지만, 전반적으로 이용이 부진한 상태다.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의 경우 17일 기준 신청 중이거나 신청을 완료한 금액은 2조4000억 원으로 전체 30조 원 규모 대비 8% 수준에 그쳤다.
신용보증기금이 운용하는 저금리 대환보증 프로그램 역시 17일 기준 공급액은 2451억 원으로, 애초 계획인 9조5000억 원의 2.58%에 불과하다.
최승재 의원은 “햇살론 대위변제율이 급증하고 있지만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이면 취약차주들이 불법 사금융에 빠질 수 있어서 고도로 설계된 ‘마이크로 핀셋 지원책’이 필요하다”면서 “새출발기금 등 취약계층 부채조정을 위한 정책프로그램들이 외면받고 있어 금융당국의 책임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