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부동산 거래량이 반등하면서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거래량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임대 목적으로 매입한 거래도 다수 포함돼 있어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82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1월 733건 대비 12.96% 증가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8월 672건을 기록한 뒤 9월 607건, 10월 559건 등 2개월 내리 하락했다. 이후 11월 733건으로 상승 반전해 12월까지 연속 오름세다. 거래량만 놓고 보면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본지가 지난달 실거래를 분석한 결과 집계된 거래량에는 LH가 매입한 109건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거래량 중 13.16%로, 10채 중 1채 이상은 LH가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매입한 것이다. 사실상 공공이 매입한 사례를 제외하면 지난달 거래량은 719건으로, 오히려 11월 대비 하락세로 돌아선 셈이다.
구체적으로 LH는 지난달 5일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삼화에코빌1차’ 29가구를 매입했다. 21일에는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 36가구를 매입했다. 또한 지난달 23일에는 광진구 화양동 ‘더메종건대’ 44가구를 샀는데, 전체(74가구) 물량 중 절반 이상을 LH가 매입한 것이다.
다른 주택형 역시 공공매입 사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오피스텔의 경우는 더 심했다.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전체 807건으로, 11월 거래량 700건과 비교하면 15.28% 늘었다.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528건 이후 △11월 700건 △12월 807건 등 2개월 연속 늘고 있다. 통계상으로는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 역시 아파트처럼 점차 회복하고 있는 것처럼 해석된다.
다만 지난달 거래량 807건 중에서 본지가 확인한 공공의 매입 건수만 38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거래량 중 47.08%를 차지한다. 기관별로 LH가 127가구, SH가 253가구를 각각 사들였다. 이렇게 공공이 매입한 거래를 제외하면 427건으로, 오히려 11월 거래량 대비 61% 급감한다.
통상 부동산 매매 거래량은 현재나 향후 시장의 향방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그러나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조정세를 거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 매입이 상당수 차지하는 거래 지표를 보고 자칫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고 오인할 수도 있다. 지난 3일 국토부 업무보고 당시에는 윤석렬 대통령이 직접 공공기관의 매입임대 확대를 주문한 만큼 향후 거래량 통계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공이 매입한 거래도 통합해 계산하면 시장을 오해할 수 있는 일종의 착시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서는 개인, 법인, 기관 등 칼같이 구분해 거래를 집계한다. 디테일을 위해서는 이렇게 주체별로 거래를 따로 집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