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약사들이 미래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주목하고 있다. 유망 기업과 손을 잡거나 기존 강점에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접목하는 등의 전략으로 시장 진입에 나섰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통 제약사들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발맞춰 기회를 찾느라 분주하다.
시장조사기관 GIA(Global Industry Analysts)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1525억 달러(한화 약 187조 원) 규모에서 2027년 5088억 달러(약 621조 원) 규모로 연평균 18.8%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관심이 더욱 커졌으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제약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발한 시장이다.
동아에스티는 ‘캔박카스’ 등으로 다져진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화한다. 심전도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을 개발한 메쥬와 손잡고 해외에서 제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해당 제품은 웨어러블 심전도 패치 ‘하이카디’와 ‘하이카디플러스’, 실시간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라이브스튜디오’ 3종이다.
하이카디와 하이카디플러스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여러 환자의 심전도, 심박 수, 페표면 온도, 호흡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2등급 제품으로, 유럽 CE인증도 획득했다. 모니터링한 내용은 라이브스튜디오를 활용해 기록되며 진단에 활용된다.
동아에스티는 현재 유럽과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40여 개 국에 캔박카스와 음료, 바이오의약품, 항결핵치료제 등을 수출하고 있다.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2022년 3분기 말 기준)의 25.1%에 달한다.
이번 계약으로 동아에스티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글로벌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동시에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이미 국내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의원 등에서 하이카디의 판매·마케팅 활동을 벌여 서울대병원 등 약 150곳에 공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종근당은 영업·마케팅 역량을 전자약 분야로 넓힌다. 지난달 31일 와이브레인이 개발한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의 공동 판촉 계약을 맺고, 국내 독점 유통에 나섰다.
이런 행보는 종근당의 올해 경영 목표인 ‘첨단 기술 기반의 신성장 동력 발굴’의 일환이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메디신과 맞춤 의약품 등 신사업 영역을 개척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마인드스팀은 지난해 6월 신의료유예 대상에 선정되며 비급여 처방되기 시작해 누적 처방 건수 1만5000건을 달성한 국내 최초 우울증 전자약이다. 임상에서 6주 동안 매일 30분씩 마인드스팀을 단독 적용한 결과 우울증상 관해율은 62.8%를 기록해, 기존 항우울제 관해율(약 50%)보다 높은 수치를 입증했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매출 규모는 2020년 기준 1조3539억 원으로, 미국 시장(76조 원)은 물론 옆 나라 일본(10조 원)에 비해서도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전통 제약사들이 신사업 개척에 거침없이 도전하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라면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국내에선 아직 초기 시장이고, 전 세계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업력을 갖춘 회사들이 충분히 탐낼 만한 분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