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상황 경우의 수는…휴경보상ㆍ휴경명령제ㆍ수확금지ㆍ가축사료
더불어민주당이 쌀 의무매입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이번 2월 임시국회 내 통과시킬 태세를 보이자 용산 대통령실도 대응 방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여의치 않을 경우 다른 방식의 대응을 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2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우려를 표했을 만큼 부작용이 심각해서 국회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리라 생각하고 그에 따라 타작물 전환에 힘 쓰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통과된다면 쌀 수급조절에 무게가 옮겨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회의 원만한 합의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불발되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휴경제와 사료처분 모두 농민들의 반발을 산 바 있어 ‘극약 처방’으로 여겨진다. 이 핵심관계자는 “그렇기 때문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이대로 통과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선 휴경제의 경우 과거 2003~2005년 시행된 바 있는 ‘휴경보상제’를 부활시키는 방안이 있다. 논의 일부분을 경작하지 않고 두면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쌀 의무매입이 시행되면 현재 추진 중인 타작물 전환을 설득하기 어려워지니 소득을 보전해줌으로써 휴경을 유도해 쌀 과잉생산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작황을 예상키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농민들 입장에선 휴경을 통한 보상보다 재배를 할 가능성이 높고, 정부 입장에서도 쌀 수급 조절에 오히려 실패할 요인이 될 수 있다.
해외사례가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2008년 발간한 ‘영국의 농정변화와 농정추진체계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1994년 채택한 ‘멕셰리 개혁’에는 곡물 재배 농민들이 일정 지역보조를 받는 대신 농지 일부를 무경작 상태로 두도록 의무화하는 강제조치가 담겨있다.
국내 입법 시도 사례도 있다.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2018년 농립축산식품부 장관이 직불금 수령대상자에게 미곡재배면적을 조정토록 할 수 있게 하는 사실상 ‘휴경명령제’를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재배의 자유 침해'와 '부담 전가'를 이유로 크게 반발하면서 좌초됐다.
다만 작황 예상이 빗나가 오히려 수급 조절에 실패할 수 있다는 문제는 남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영국의 경우 곡물을 재배한 농지 일부분을 수확하지 못하도록 해 수급을 조절했던 바 있다”며 “우리나라가 재배부터 하지 못하게 휴경을 시켰다면 영국은 수확을 하지 못하게 해 생산량을 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휴경제와 함께 쌀 의무매입으로 현재보다 비축미가 더욱 쌓일 상황에 대비해 사료로 활용 수도 있다. 3년 이상 오래 보관한 비축미의 경우 가축 사료로 쓸 수 있다.
2016년 52만 톤을 사료 처분한 적이 있지만, ‘주식을 가축에게 준다’는 데 대한 국민정서상 거부감과 ‘비싸게 매입해 싸게 판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후에는 대량 처분은 진행되지 못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무역협정에 따른 의무수입 쌀과 별도 사료용 쌀을 적극 가축 사료로 활용해 쌀 수급 조절을 하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사료용 곡물도 대체하고 있다”며 “사람의 주식을 가축에게 준다는 거부감이 걱정되긴 하지만 쌀 의무매입으로 비축미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2009년 ‘미곡의 신용도 이용법’ 제정 이후 쌀 재고를 줄이기 위한 식품 외 용도 쌀을 생산하고 있다. 2021년 이 법에 따라 74만 톤의 쌀을 생산해 66.2만 톤은 사료용으로, 윤석열 정부도 추진하고 있는 쌀가루용으로 4.2만 톤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