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환거래법을 전면 개편한 ‘신(新)외환법’이 24년 만에 제정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신외환법을 계기로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외환 업무 범위가 확대될지 주목하고 있다. 해외 투자가 급속히 증가하는 가운데 은행 중심의 외환 업무 체계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기존 외국환거래법을 대체하는 ‘신외환법’의 기본방향을 이달 중 발표한다. 일상적인 외환 거래와 해외직접투자에 있어서 규제 부담을 완화하고 금융기관의 외환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999년 외국환거래법 제정 이후 단계적으로 외환 자유화 조치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0년대 이후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며 순채권국으로 거듭났음에도 외환위기 트라우마로 인해 ‘외화 유출 억제’라는 낡은 철학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높은 대외 의존도, 비기축통화국이라는 점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현실과 제도의 간극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를 의미하는 대외금융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조829억 달러로, 지난 20년간 10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투자)는 같은 기간 4.6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해외투자가 급증하면서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모든 외환 업무를 할 수 있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의 경우 현행법상 기타외국환업무취급기관으로 분류돼 제약이 많다. 환전이나 송금 업무가 제한될 뿐만 아니라 외화 조달도 쉽지 않다.
기존 외환거래법에 내재한 ‘외국환은행 중심주의’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존 외환거래법에 내재한 ‘외국환은행 중심주의’의 한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쟁력을 낮춰 금융 시스템 문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외환거래에서 은행과 비은행기관 간 거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대외금융자산 축적을 통한 국민가처분소득 창출 필요가 커지면서 외국환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법 관리 체계의 한계도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하지만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업무 범위에 제약이 있고, 그 결과 업무 경험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위기 대응력이 미흡할 수 있다”며 “비은행 금융기관의 외환 부문 취약성이 전체 금융 시스템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