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물고기 PEF]① “돈 들어왔다”, 코로나에 굶주린 MBK·유니슨·소시어스의 ‘먹이 사냥’

입력 2023-02-09 17:30수정 2023-02-1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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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단위 실탄’ 토종 PEF, 구조조정 ‘선발투수’로 등판
3고 여파 한계기업 비중 18.6%…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늘어
출자약정 1조 이상 운용사 31곳…부실기업 회생·투자금 회수 앞장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앞 (뉴시스)

15위. 경영권 인수 목적으로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을 공개 매수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는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의 위상이다. 이 회사가 투자한 회사들의 총자산은 두산그룹을 뒤로 둘 정도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사모펀드 하면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매각한 론스타 등 주로 외국계를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토종 사모펀드 저력도 만만찮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말 기관전용 사모펀드 규모 기준 출자약정액 1조 원 이상의 운용사(GP)는 31곳에 달한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사모펀드가 인수합병(M&A)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사모펀드가 올해 부실기업이나 투자자금 회수시장에서 ‘구원투수’를 넘어 ‘제1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행동주의란 이름으로 목소리를 내는 등 추구하는 가치도 달라졌다. 치솟는 금리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성장전략 등으로 사모펀드에 대한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투자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코리아와 MBK는 특수목적법인(SPC)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오스템임플란트 인수를 위해 24일까지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공개매수 대상은 오스템임플란트의 잠재 발행주식 총수 중 15.4%∼71.8% 범위이다. PEF ‘연합군’이 공개 매수에 성공해 최소 지분(15.4%)만 추가로 확보한다면,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지분 25%로 최대주주가 되고, 최규옥 회장은 2대 주주로 물러나게 된다.

MBK는 지난해 12월 메디트 지분 99.5%를 약 2조4000억 원에 사들였고, 스마트폰용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생산 국내 1위 업체인 넥스플렉스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PEF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있다. 펀드 설립 2년에 불과한 주주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카카오 및 현 에스엠 경영진이 우호주주까지 포함한 ‘범 경영진’ 진영을 구성해, 최대주주 이수만 진영(컴투스 포함)을 상대로 3월 주총에서 표 대결을 펼치는 구도가 벌어질 공산이 커졌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PEF 운용사 케이씨지아이(KCGI)는 지난달 메리츠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KCGI 측은 금융감독 당국의 승인절차를 거쳐 승인이 완료되는 대로 잔금을 낼 계획이다.

KCGI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이자 애널리스트 출신인 강 대표가 지난 2018년 설립했다. 한진칼 등을 상대로 주주 행동주의 활동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국내 임플란트 업계 1위 업체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5% 이상을 취득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STX중공업 인수전에도 PEF가 있다. 이번 거래 대상은 PEF인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STX중공업 지분 전량인 47.81%다. HD현대쪽으로 기울던 판세는 한화가 뛰어들면서 안갯속이다. 파인트리파트너스가 선박부품 제조업체 캐스코를 패키지 매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캐스코 예비입찰에는 STX중공업 적격 인수후보(숏리스트) 중 하나인 PEF 운용사 소시어스가 단독으로 참여했다.

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소유한 반도체 산업용 가스업체 에어퍼스트의 소수 지분 인수전도 초반부터 뜨겁다. 매각 측이 인수 후보군을 해외 기관으로 제한한 가운데 해외 주요 국부펀드·연기금과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전문 운용사, PEF 등 15곳 이상이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VIG파트너스는 지난달 30일 저비용 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 지분 100%를 인수를 마쳤다. VIG파트너스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이스타항공에 1100억 원 규모의 신규 증자 자금을 넣었다. 신창훈 VIG파트너스 부대표는 “국내 항공산업이 발전하고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는 데에 있어 이스타항공 재도약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투자는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PEF의 행보는 더 넓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기관전용 사모펀드 전체 약정액은 124조3579억 원이다. 한앤컴퍼니(12조79억 원)와 MBK파트너스(10조7276억 원)가 탑티어(선두 그룹)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통화 긴축 정책으로 기업들의 몸값도 빠졌고, 매물도 늘었다. 올해 추정되는 M&A시장 대기 자금만 30조~40조 원이다.

전문가들은 PEF로 산업 생태계의 흐름이 한결 순탄해질 것으로 본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PEF는 유동성 공급 과정을 통해 기업의 비핵심 자산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게 돼 잠재가치 발굴 및 창출에 기여한다”라며 “국내 PEF가 민간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향후 부실채권 유통시장과 같은 시장 인프라 구축과 구조조정 전문 GP로의 다변화·전문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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