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서울 지하철·버스 300~400원씩 인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기습 위기 벌이기도
올해 4월 인상을 앞둔 서울 지하철과 버스 요금을 두고 재정적 한계를 고려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다만 최근 고물가 상황에 직면한 시민들을 고려해 다른 수익 증대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는 공청회 의견 수렴 이후 시의회 의견 청취, 물가대책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요금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9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후생동에서 시민을 비롯해 서울시의원, 교수, 업계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중교통 요금체계 개편 공청회’를 개최했다.
앞서 시는 올해 4월 지하철과 버스요금을 최소 300원에서 최대 400원까지 인상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지하철 무임손실 지원 예산이 제외됨과 동시에 누적된 적자 해소를 위해 8년 만에 요금 인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고준호 한양대 도시지역개발경영학과 교수는 “현재의 대중교통 요금 수준으로는 재정적 한계를 부담하기 어렵다.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요금 인상이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현재의 짐은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요금 인상이 이뤄진다면 인상된 부분에 대해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 서비스 증대를 위한 약속 등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수요가 감소한 건 사실이지만 감소된 추세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인 방향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또 요금 인상으로 인해 자가용 이용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관련해서도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청회에서는 대중교통 기본요금 인상과 관련해 1안(300원)과 2안(400원)이 제시됐다. 두 가지 인상안을 적용해봤을 때 지하철 기본요금은 현행 1250원에서 1550~1650원으로,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1200원에서 1500~1600원이 된다. 마을버스 기본요금도 900원에서 1200~1300원으로 오른다.
아울러 수도권에서 지하철을 단독으로 이용하거나 버스와 환승해 이용할 때 10㎞ 초과시 5㎞마다 100원씩 추가됐던 요금이 15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다만 이는 통합환승제 유관기관인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등과 협의가 이뤄져야 추진이 가능하다.
이창석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2021년 기준 지하철 승객 1인당 수송원가는 1988원인데, 승객 1인당 요금 수준은 999원이다. 버스 수송원가는 1528원인데 비해 1인당 요금 수준은 834원에 불과하다”며 “서울시 대중교통의 요금 수준은 모두 수송원가의 50%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이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장거리 이용자에 대한 요금 현실화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는 입장도 나왔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상임위원장은 “올해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5.2% 상승했고, 생활물가는 6.1% 올랐다. 앞으로도 물가는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며 “여기에 대중교통 요금까지 오른다는 것은 소비자를 물가 압박에 몰아넣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울 대중교통 요금 조정에 있어 정례화된 회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실제로 미국 뉴욕에서는 매년 대중교통 요금 조정과 관련해 위원회를 열어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
양재환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중교통 요금 조정을 위한 수식을 통해 ‘요금 조정의 정례화’가 필요하다”며 “수식에는 물가지수, 임금, 연료비 등이 고려될 수 있으며 이같은 정례화는 시민들이 받아들이기에도 더 나은 조정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번 공청회 의견 수렴을 토대로 시의회 의견 청취와 물가대책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걸쳐 인상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한편 공청회 시작 전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단상을 점거하며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반대”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