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연구소 “대학 재정지원 강화를”
대학들이 빠르면 올해 1학기부터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등록금 인상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등록금 인상률 상한에 연동된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11일 관계부처와 대학교육연구소 등에 따르면 내년 '대학 등록금 인상률 상한'(이하 인상률 상한)은 5.55%로 예상된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은 최근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2021년과 2022년의 물가상승률은 각각 2.5%, 5.1%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기획재정부의 경제정책방향 기준으로 3.5%다.
지금까지는 이 범위 내에서조차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은 거의 없었다. 학부 등록금을 올리면 교육부가 국가장학금Ⅱ를 지원하지 않는 식으로 불이익을 줬기 때문이다. 그간은 물가 상승률이 낮았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는 교육부의 뜻을 거스르고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보단 국가장학금Ⅱ를 받는 편이 더 이익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국내에서도 고물가로 이어지자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선도 4.05%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국가장학금Ⅱ을 받지 못해도 법정 상한선까지 등록금을 올리는 편이 더 이익인 셈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가 조사한 191개 대학 중 12곳(6.3%)이 올해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곳은 국공립 교대다. 지난달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설문조사에서 대학 총장 114명 중 39.5%(45명)가 ‘내년(2024학년도)에 인상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올해 1학기’(10명)와 ‘2학기’(1명)라는 응답을 더하면 절반(49.1%)가량이 내년까지 등록금을 올리는 셈이다.
나아가 대학들이 등록금을 5.55% 인상할 경우, 계열별 등록금을 살펴보면 의학계열은 58만2,000원이 오른 1,107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공학계열 877만 원, 예체능계열 874만 원, 자연과학계열 824만 원 순으로 나타났다. 등록금이 가장 낮은 인문사회계열도 36만2,000원 인상된 688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5.2%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실제 물가상승률은 정부 추정치인 3.5%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어, 등록금 인상폭도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내년 사립대가 법정 한도까지 등록금을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지난해보다 42만 원 인상된 연평균 794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학 입장에서 등록금 인상 내지 자율화는 숙원이다. 최근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4년제 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지 묻는 말에 응답한 총장 114명 중 45명(39.5%)이 “내년쯤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임 연구원은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등록금 인상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아울러 대학 재정 위기 타개를 위한 재원 확보와 지원 방안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