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퇴직금·학자금 포함 1인당 평균 3.8억~4.4억
법정퇴직금 더하면 1인당 평균 6억~7억 원 달해
일각선 "이자놀이로 퇴직금 잔치 벌인다" 비판
최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2200여 명이 희망퇴직을 통해 은행을 떠나면서 1인당 최소 6억 원 이상의 퇴직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지난해 막대한 이자이익으로 최대 실적을 낸 상태에서 이자놀이로 ‘퇴직금 잔치’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5대 시중은행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KB국민은행 713명, NH농협은행 493명, 신한은행 388명, 우리은행 349명, 하나은행 279명 등 2222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나 제2의 인생을 설계하게 됐다. 전년(2244명) 대비 22명 줄어든 것이다.
애초 은행들이 역대급 보상안을 내놓고 일부 은행은 희망퇴직 대상 연령도 낮춰 희망퇴직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 짐을 싸게 됐다.
이처럼 희망퇴직 인원이 예상보다 적은 것은 은행원들도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금리, 고물가에 대출마저 어려운데다 경기 불확실성으로 사업이나 재취업 등 인생 2막을 준비하려고 해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성급히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보다 안정적인 급여를 받으려는 직원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은행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지원보다는 ‘떠나는 제 식구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은 희망퇴직자에게 월평균 임금 최대 36개월치와 수천만 원의 학자금과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 비용 등을 지원한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4대 시중은행의 작년 이자이익은 총 32조5226억 원으로, 전년(26조4129억 원) 대비 23.1% 증가했다. 이렇듯 은행들이 수십 조의 이자이익을 기반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보다 떠나는 직원들에게 혜택을 더 늘려주려는데 노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주요 시중은행 중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4분기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했다. 1인당 평균 특별퇴직금은 KB국민은행이 3억8200만 원, 신한은행이 3억4400만 원, 우리은행이 4억4300만 원이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자 대부분이 정년을 앞둔 고연차 직원들로 구성되면서 1인당 평균 지급액이 다소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과 달리 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 실적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한다. 지난해 1분기 하나은행이 희망퇴직자 478명에게 1637억 원을 지급하며, 1인당 평균 3억4200만 원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한 바 있다.
여기에는 퇴직할 때 기업들이 제공하는 법정퇴직금은 빠져 있다. 통상 최근 3개월 월 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계산하는 법정퇴직금 수억 원을 더하면 희망퇴직으로 떠나는 직원 1인당 받는 비용이 최소 6억 원을 넘어선다.
2021년 사업보고서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KB국민은행 1억1200만 원, 신한은행 1억700만 원, 하나은행 1억600만 원, 우리은행 9700만 원 등이었고, 평균 근속연수는 16년 안팎이었다. 즉 16년가량을 근무한 은행원의 월평균 임금이 808만∼933만 원 수준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들의 근속연수는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올해 대상자 중 가장 고연령인 1967년생의 경우 은행에 입행한 지 최소 25년이 지나 월평균 급여가 훨씬 많은 만큼 이들의 법정퇴직금은 3억 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