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될 경우 레벨3 자율주행자동차 수준을 가정해 만들어진 현행 사고책임배분제도(운행자 책임제도)의 개선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12일 보고서에서 "현행 제도에서 원인불명 사고가 운행자에게 귀속되는 데 따른 불공정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레벨3 자율주행자동차는 자율주행 장치가 제어권 전환 신호를 하면 인간운전자가 즉시 조향장치를 통제해야 하는 등 자율주행 장치와 인간 운전자가 번갈아 가면서 운전하는 차를 말한다.
레벨4 자율주행자동차는 특정지역에서만 자율주행 장치가 전적으로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고, 레벨5에서는 지역・상황에 관계없이 전적으로 자율주행 장치가 자동차를 운전한다.
레벨4 이상에서 자율주행 기능의 역할이 커지면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에서 자율주행 기능 또는 그 기능을 만든 제작사가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 사고 시에 운행자가 피해자에게 우선 배상하고 구상제도를 통해 운행자와 제작사 사이에 책임 배분이 이뤄진다. 현행 자율주행자동차 사고 책임 배분제도는 기존 피해자 보호 제도를 유지하면서 보험금을 통해 책임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이에 대해 레벨4 이상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에도 현행 사고책임 제도를 적용할 경우 원인불명 사고책임이 운행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운행자의 불만이 높아지고, 이에 사고책임 제도 전환 요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 수석연구원은 "확대된 자율주행기능에도 불구하고 원인불명 사고책임이 운행자로 귀속돼 사고책임 제도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면 제작사 책임 제도로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제도를 전환하기보다는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현행 운행자책임 제도를 유지하되, 원인불명 사고에 대해서는 공동책임 제도를 도입해 사고책임이 공정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