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이 시끄러워지고 있다. 당권 경쟁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당심을 자극하고 있고, 야권에서는 관련 득실을 따지며 조심스럽게 대응할 분위기다.
당권에 도전하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SNS에 "아무리 패배가 겁난다고 여당 당 대표하겠다는 분이 대통령 탄핵 운운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안철수가 그렇게 두려우냐"고 비판했다. 김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전날 김 의원은 경기 중남부 보수정책 토론회에서 안 의원을 겨냥해 "대선 욕심이 있는 분은 (대표로) 곤란하다"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치면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탄핵이 우려된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안 지났는데 그런 분란은 안 된다"고 했다.
친이준석계 후보들도 일제히 김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며 당심에 호소했다. 당 대표 후보인 천하람 변호사는 SNS에 "아무리 선거가 급하고 지지율에 조급해도 그렇지 이게 여당의 전당대회에서 할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최고위원 후보인 허은아 의원도 김 의원의 발언을 언급하며 "그 '단어' 하나만으로 수십만 당원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꼬집었다.
야권에서도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국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에 관한 얘기가 심심찮게 돌고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을 주도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한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은 "민주당이라면 총선 전에 반드시 윤 대통령 탄핵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민주당이 이상민 장관 탄핵에 이어 영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 등 대정부 투쟁 기조를 강화하는 분위기에서 칼 끝이 결국은 윤 대통령을 향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앞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전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은) 사전에 기획된 시나리오의 일환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을 하는 국민이 많다. 시나리오에 끝은 도대체 어디냐"고 묻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실에서는 역술인 천공을 '제2의 최순실'로 엮을 만한 근거들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 내 분위기는 대체로 미온적이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과반 의석을 가진 당으로서 문제를 원내에서 해결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혹시 태블릿 PC 같은 문제가 터지더라도 총선 승리를 통해 정권을 심판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