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줍줍’도 되는 곳만 된다…할인·경품 없어도 경쟁률 1000대 1 ‘가뿐’

입력 2023-02-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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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 6593명 접수
공급 당시 분양가로 시세차익만 1억
비선호 입지는 ‘할인·경품’ 등 물량 공세

▲수도권 한 견본주택에 청약 대기자들이 모형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박민웅 기자 pmw7001@)

부동산 경기가 조정국면을 넘어 ‘하락’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무순위 청약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흥행 단지는 수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 기대감에 수요가 몰려 수천,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반면, 입지 등 차별성이 떨어지는 단지들은 수차례 청약에도 시큰둥한 모습이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청약 완료 후 부적격 당첨이나 계약 포기로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된 물량에 대해 청약을 받아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제로 뽑아 이른바 ‘줍줍’으로 불린다.

1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센터파크’는 9가구 모집에 885명이 몰려 9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형 1가구 모집에 239명이 몰려 최고 239.0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이 단지의 전용 84㎡형 분양가는 4억3700만~5억1000만 원대로 인근 ‘더샵 명지 퍼스트월드’에 비해 1억 원가량 저렴하다.

지난 8일 진행된 경기 성남시 중원구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 무순위 청약에는 6가구 모집에 6593명이 접수해 109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별로 59㎡형 1가구에 508명, 74㎡형 3가구에 3061명, 84㎡형 2가구에 3024명이 몰렸다.

이번 잔여 물량의 분양가는 4년 전 공급 당시 분양가로 나온 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전용 59㎡형 분양가는 5억1590만 원으로 인근 ‘중앙동 힐스테이트 1차’ 동일면적형이 지난달 4일 6억1500만 원에 거래된 점에 비춰 볼 때 1억 원가량 낮은 금액이다.

탄탄한 입지도 한몫했다. 특히 수도권 지하철 8호선 신흥역이 직선거리 150m에 위치해 강남, 송파, 분당 등으로 접근이 쉽다. 성남제일초등학교를 끼고 있으며 110만㎡ 규모 대원공원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반면 분양가가 높거나 입지 선호도가 떨어지는 단지들은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할인 분양, 경품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 발코니 무료 확장, 유상옵션 무상 제공, 중도금 무이자 혜택은 흔해졌다.

지난해 5월 분양한 경기 파주시 와동동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 오피스텔은 애초보다 2억5000만 원가량 낮은 가격에 할인 판매하고 있다. 시행사인 엠디엠은 중도금 대출 50% 전액 무이자 등 혜택을 내걸었으나 청약 수요자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고 결국 최초 분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서는 작년 10월 공급한 서구 내당동 ‘두류 스타힐스’가 할인분양에 나선 상태다. 이 단지는 기존 분양가에서 10%를 할인해주고, 중도금 전액 무이자 지원과 선착순 계약자에게 축하금 400만 원과 공기청정기를 증정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들어 금융 부담으로 분양가에 대한 민감도가 커졌다”며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자금 부담이 커진 청약 수요자들이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입지나 분양가에 따른 양극화 흐름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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