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나는 종북좌파와 평생을 싸워온 사람”
金 “커다란 지지의 물결 느껴져” 安 “유일한 부산 후보”
14일 부산에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두 번째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당 대표 후보들은 전통적 보수 텃밭인 PK(부산·울산·경남) 당심을 잡기 위해 부산과 연고를 강조하고 지역 현안을 공략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천하람 후보는 임진왜란 당시 칠천량 해전에서 조선 수군을 궤멸로 이끌었던 원균이 1등 공신에 있었던 사례를 언급하며 “조선 시대에도 윤핵관이 있었다”며 “이순신이 아니라 윤핵관 원균에게 맡겼을 때 우리에게 과연 12척의 배라도 남아 있겠나”라고 소리쳤다.
천 후보는 “국민의힘을 윤핵관의 손에서 지켜내고, 총선에서 승리하는 국민의힘,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민의힘을 만들겠다”며 “어렵게 쌓아올린 조선 수군이 다시 원균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부산 울산 경남의 당원들이 천하람과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김기현 후보는 ‘PK지역 연고’와 ‘통합’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저는 경남 울산에서 태어났다. 초·중·고등학교는 부산에서 나왔고, 아버지는 1960년에 경상남도 도의원 했다”며 “이쯤 돼야 부울경의 아들이라 하지 않겠냐”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한 김 후보는 “우리 당은 개인 플레이를 해서 못 이긴다.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며 “제가 부산의 자랑스러운 5선 의원 조경태 의원과 만나 둘이 손잡고 김기현을 대표로 만들자고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지자들에게 “김조연대, 김나연대 (형성) 잘했지요?”라고 물으면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우리 대선 후보하고 당 대표하고 시끄러웠다. 그것 통합해야 될 사람이 누구냐”고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이준석 전 대표를 비판하며 ‘당정 일체론’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황교안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게 “생명을 건 단식 해봤나. 신념 지키기 위한 삭발해 봤나. 선당후사를 위해 험지에 출마해봤나”라고 물으며 “저는 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종북좌파와 평생을 싸워온 사람”이라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연설에 나선 안철수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과 대통령실이 서로 조화롭게 협력하며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것은 모든 후보의 공통분모이자 공통공약이라고 생각한다”며 “세상에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여당 대표도 있나”고 물었다.
그러면서 “당 대표 후보라면, 탄핵 운운하며 흑색선전으로 당의 분열과 위기를 조장하면 안 된다”며 “그런 사람은 당 대표 후보 자격이 없다”고 했다. ‘탄핵’ 발언으로 논란에 오른 김 후보를 저격한 것이다.
안 후보는 “당의 혁신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며 “공정한 공천관리에만 최선을 다하고 일체 공천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합동연설회가 열린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는 5000여 명의 지지자가 몰려들었다. 센터 정문에서부터 북을 두드리고 피켓을 든 지지자들이 포진해 있었다.
지지자들 간 신경전도 상당했다. 안 후보 지지자들은 ‘안철수를 당대표로’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안철수!”를 외쳤다. 연설회장 앞 복도에는 김 후보 지지자들이 가득찼다. 이들은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김기현!”을 연호했다. 김 후보가 복도에 등장하자 김 후보 뒤로 ‘미래희망 김기현’이라고 적힌 깃발 부대가 뒤따라가고 장구·꽹과리를 든 지지자들이 풍악을 울렸다. 다른 후보들보다 김 후보 지지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뜨거운 열기 탓에 연설회 시작 시간이 오후 3시가 돼서도 장내 정돈이 안 될 정도였다. 한 당원은 기자에게 “대통령 선거 때보다 더 시끄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자는 “안정된 집권 여당의 모습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주시기 바란다”며 “꽹과리 사용을 중지해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의 말을 전했다. 2000석으로 제한된 연설회장에 들어오기 위해 경호원과 지지자들 간 설전도 있었다.
김 후보는 연설 후 취재진에 “보셨다시피 부울경 지역에서 김기현에 대한 지지는 매우 뜨겁고 확고하다”며 “커다란 지지의 물결이 현장에서 느껴지고 있다”고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연설을 마치고 나온 안 후보는 “부산에서 이렇게 전당대회를 하니까 정말 감회가 새롭다”며 “최선을 다해서 유일한 전당대회 부산 후보로서 반드시 당 대표에 당선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