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올겨울 들어 전기 택시 모는 어려움 커져”
전기차 충전기 보급 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
서울 지역에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며 충전기 설치도 확대되고 있지만, 전기 택시를 모는 기사들은 정작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겨울 들어 잇따른 한파로 인해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줄어들고 충전소 이용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15일 환경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서울에 등록된 전기차 대수는 5만3798대, 이중 전기 택시는 약 4600여 대에 이른다. 서울시내 전체 택시(약 2만 대)의 23%가 이미 전기 택시로 바뀐 셈이다. 이에 비해 전기차 충전기 대수는 3만3952기로, 충전기 1기당 전기차 1.58대 꼴이다.
택시 기사들은 올겨울 들어 영하 10도 이하의 한파가 지속되면서 전기차 운행이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온이 떨어질수록 성능이 저하되는데, 이로 인해 주행거리가 짧아져 충전을 더 자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 택시를 모는 B 씨는 이번 겨울에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날씨가 지속되면서 주행거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호소했다. B 씨는 “평소 충전 이후 400㎞ 넘게 달릴 수 있었지만, 이번 겨울에 주행거리가 50% 정도로 떨어졌다”며 “겨울이면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것을 감안하고 있었지만, 차를 충전해야 하는 빈도도 잦아져 장거리 손님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시중에 출시된 전기차의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상온(25도)과 저온(영하 7도)에서 최대 110㎞ 이상 차이 난다. 예를 들어 현대차 아이오닉5 2WD 롱레인지 20인치는 주행거리가 상온에서 423㎞, 저온에서 362㎞다. 주행거리가 약 61㎞ 차이 나는 셈이다.
현재 서울 시내에는 3만3952기의 전기차 충전기가 운영되고 있다. 이중 급속 충전기는 2211기, 완속 충전기는 3만1741기다. 완속에 비해 10배 이상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급속 충전기는 대수 자체가 적다.
전기 택시를 빠르게 충전하고 또다시 근무를 해야 하는 택시 기사들은 업무 특성상 완속 충전기를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백화점에서 만난 택시 기사 C 씨는 “전기차 충전하려고 백화점 와서 시간 보낸다”며 “여기는 완속 충전기밖에 없어서 시간이 꽤 걸리는데 돌아갈 수 없어서 왔다”고 말했다.
서울 내 전기차 충전 방해 단속 건수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9년 587건, 2020년 546건, 2021년 872건에 불과했던 단속 건수는 2022년(9월 기준) 8647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위반 사례는 '충전구역 내 내연기관차 주차'가 7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원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 홍보본부장은 “전기 택시는 야간 운행률도 일반 LPG 차보다 떨어지고 전기료도 오르고, 현재는 일반 차도 부제가 없어져 (전기 택시 운행에 대한) 메리트가 하나도 없어졌다”며 “충전기 차지하려고 빨리 가야 해 조합원들이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전기차 40만대 보급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생활주변 도보 5분 거리에 전기차 충전 망을 구축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급속충전기도 2021년 1850기에서 2022년 2211기로 확대한 바 있다.
시는 전기차 이용자의 충전패턴과 수요를 고려해 주요 교통거점 및 공공장소에는 급속충전기를, 주거시설과 업무시설에는 완속 및 콘센트형 충전기를 맞춤형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이달부터는 전기차 충전 결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QR 간편 결제방식’도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충전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시스템도 구축하고 시민이 직접 충전 설치장소를 정하는 ‘전기차 충전부지 시민신청’ 제도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