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첨단산업 지원과 부동산 세제 개편 등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들이 거대 야당의 반대에 발목이 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려는 정책들에 '대기업ㆍ부자 감세'라며 제동을 거는가 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해소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에는 오히려 30조 원을 추경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중앙정부의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지방시대 실현' 구상도 야당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야당이 부자ㆍ대기업 감세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대표적인 과제로는 반도체 시설 투자 관련 세금부담 완화와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 등이다.
우선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추가로 높이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대해 야당은 '대기업 특혜', '기재부 말 바꾸기' 라는 등의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공제율을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려 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대기업 기준)을 6%에서 8% 높이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4일 전체회의와 조세소위원회를 잇달아 열고 조세특례제안법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기재부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갈지자 행보 보이고 있다"며 "조세특례제한법 추가 제출은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 조세 입법권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15%를 공제해 주면 그중에 절반에 달하는 3조2000억 원을 깎아주게 된다"며 "사실상 반도체 기업 중에서 90% 매출을 차지하는 삼성, SK하이닉스에 대한 특혜, 법인세 감면 법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반도체 지원은 특정 산업, 기업 하나를 도와주자는 차원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미래가 걸려있는 문제"라며 "산업 지원정책들이 하루 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주택 취득세에 대한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지만 이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제동을 걸고 있다.
정부안은 2주택자의 현행 중과세율 8%(조정대상지역 기준)를 일반세율(1~3%)로 바꿔 중과세를 폐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3주택자의 겨우 중과세를 유지하되 8~12%인 현행 세율을 4~6%로 경감하고, 법인과 4주택 이상 보유자도 세율을 12%인 6%로 낮출 계획이다.
민주당은 3주택 이상 보유자와 법인에 대한 중과세율 체계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주택자 취득세도 2~4%로 중과세율을 일부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