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공부방 업력 13년 김유미 씨, 대출 거절 부당 동의서 서명 1만 명 받아내
중기부, 향후 직접대출 신청대상 조건 변경 않고 진행…“규정 바꾸기 힘들다”
대구에서 13년간 공부방(개인과외교습)을 운영해 온 김유미(45) 씨는 지난달 16일 정부의 저신용 대출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공부방을 운영한 업력이 7년을 넘었기 때문이다. 이 대출은 소상공인·전통시장 정책자금(직접대출)으로, 개인 신용평점 744점 이하인 저신용 소상공인에게 5년간 연 2%의 고정금리로 최대 3000만 원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문제는 대상 조건에 업력 7년이 달렸다. 7년 이상을 넘어가는 자영업자에게는 까다로운 대출 기준이 적용된다. 김 씨의 경우는 저신용자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빌린 돈(차입금)이 매출액보다 많아져 신청에서 제한됐다.
김유미 씨는 “개인과외교습은 코로나19 손실보상의 사각지대로 대상이 되지 않아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며 “공부방 임대료를 내기 위해 8000만 원을 빌린 후 원금상환을 하기 위해 직접대출을 신청했지만 업력 7년 이상 기준으로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직접대출 담당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인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수차례 연락해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결국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자영업자들을 찾아 나섰다. 수소문 끝에 7년 이상 자영업을 하는 70여 명의 사장과 접촉했다. 이들은 갑자기 생겨난 업력 7년 기준의 불공평함을 알리고자 호소문을 만들었고,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동의서를 모으기 시작했다. 지난 5일부터 10일간 진행된 동의서 서명에 1만여 명의 자영업자들이 동참했다.
호소문에는 업력 7년 이상의 자영업자를 차별하는 대출 불가 공문조항인 7~9번의 항목을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이 항목에는 7년 초과 소상공인은 △총차입금이 매출액(최근 1년간 매출액 또는 당기 매출액) 대비 100% 초과 △최근 2년 연속 매출액이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 △표준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이 700%를 초과했을 경우 등 조건이 달렸다. 이 중 한 가지만 해당하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반면 7년 이하 소상공인에게는 이 같은 제한을 두지 않았다.
1만여 명의 자영업자들은 당장 오는 20일부터 진행되는 2차 직접대출 신청에 모든 자영업자들이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성실하게 납세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그 누구라도 공정하고 차별 없이 정부 정책의 지원을 받아야 함에도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차별적 정책을 펴고 있다”며 “국가의 예산으로 정책을 시행할 때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의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1만여 명의 동의서를 모은 김유미 씨는 호소문을 중기부와 국회 양당에 전달할 것이라 전했다. 김 씨는 “당장 2차, 3차 직접대출에 불공정한 업력 7년 기준을 바꿔주면 좋겠지만 그렇게 안 된다면 제외됐던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향후 추가 신청을 진행해야 한다”며 “이 제안이 거절을 당한다면 서명 운동을 재개해 최종 목표로 자영업자 100만 명에게 동의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자영업자들의 호소에도 중기부는 향후 진행되는 직접대출 신청에 지원 대상 조건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그간 진행해왔던 대출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업력 5년’을 대출 지원 심사 기준으로 삼아왔고, 지난해부터 기준을 2년 더 늘려 적용했다는 것이 중기부 측 주장이다. 업력을 늘린 것은 창업기업들이 창업지원법에 따라 업력 7년 미만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중기부는 저신용자 정책자금 외 다른 직접대출은 업력 상관없이 모두 같은 조건으로 까다롭게 적용받는다고 알렸다.
중기부 관계자는 “직접대출 자금은 1.9조 원 정도 되는데 나머지 자금 1.1조 원에서는 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소상공인·전통시장 정책자금만 왜 이렇게 논쟁거리가 되는지 사실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의 상환을 담보하기 위해서 운영하는 규정을 바꾸기는 힘들다”며 “상환을 받아야 다음 1~2년 후에 상환받은 돈으로 또 대출을 해주기에 변동은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