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대부분 찬성이나 분할 목적에 따라 반대하기도”
“물적분할, 주주가치 훼손 우려 판단되면 반대해”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17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 및 사례’ 설명회를 열었다. 지난 13일과 16일에는 각각 국민연금 위탁운용사와 국민연금 의안 분석 자무기관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졌다. 특히 이날 물적분할·인적분할 등이 포함한 분할·합병·영업양수도와 관련한 의결권 행사 사례를 소개해 이목을 끌었다.
이동섭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장은 물적분할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던 사례에 대해서 “분할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나 지분 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라고 전했다. 같은 물적분할이어도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는 “새로운 성장기회 가능성과 분할 후 자회사의 비상장 의지가 정관(자회사)에 반영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인적분할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던 사례에 대해서 “사업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할 필요성이 인정되며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낮은 경우였다”고 말했다.
다만 이 실장은 인적분할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대해서도 전했다. 인적분할 후 한쪽 회사를 인위적으로 ‘배드컴퍼니’를 만드는 경우도 반대의결권을 고민할 수 있는 사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분할의 목적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최대주주의 지분율만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것이 주주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본다”면서 “분할 방식이 명확하지 않은데 한쪽 회사에는 부채를 상당히 많이 배정하고, 다른 한쪽에는 현금만 상당히 많이 배정해서 인위적으로 한쪽 회사를 ‘배드 컴퍼니’로 만드는 경우는 면밀히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이사·감사 선임과 관련한 반대 의결권 행사 사례도 전했다. 반대했던 사례 유형으로는 △과도한 겸임 △감시의무소홀 △이사회 참석률 저조 △당사, 계열사, 중요한 관계에 있는 회사의 전·현직 상근 임직원 등이 소개됐다.
이 실장은 “‘감시의무소홀’은 보통은 사외이사에 적용하는 반대 사유”라며 “어떤 사내이사가 횡령이나 배임 등으로 검찰에 기소가 됐거나, 법원의 1심 판단이 유죄로 나온 경우 3심까지 안 보고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횡령·배임이 벌어졌을 당시에 사외이사로 재직한 분들은 감시·감독 의무가 조금 더 있다고 보고 있다”며 “물론 상법상 이사는 모두 다 감시·감독 의무가 다 있는데 사외이사에게는 감시·감독 의무가 소홀했다고 봐서 직접 횡령 배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도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횡령·배임이 벌어진 시점에 재직한 분들은 감시·감독 의무 소홀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사·감사 후보가 기업가치 훼손 등에 해당한 경우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도 있다. 국민연금은 △횡령·배임 △부당지원·사익편취 △회계처리기준 위반 △금융위원회 행정처분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 공여 △미공개주요정보 이용 △주주대표 소송 등에 해당했을 경우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이사·감사의 보수한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때 경영성과 연계 여부, 실지급액 대비 보수한도 수준을 모두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이사·감사의 무분별한 보수 체계를 살핀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사내이사에 한해서 설명이 이뤄졌다.
이 실장은 “당기순이익 변동 비율과 실지급액 변동 비율을 본다”면서 “예를 들어 실적은 전년 대비 약 20% 감소했는데 1인당 실지급액은 늘었다면 정기적으로 필터해서 살핀다”고 설명했다. 다만 퇴직금을 보수한도에 반영했다면 보수한도 수준을 재계산해 찬성한 사례도 있고, 경영성과 연계 여부도 일회성 손익 상황을 고려하는 사례가 있다.
한편 최근 3년(2020~2022년)간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주총수는 평균 784회, 행사 안건 수는 평균 3181건으로 집계됐다. 찬성 안건수는 평균 2636건, 반대 안건수는 532건으로 각각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