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끼치면 환수 '클로백' 활성화
"업권별 개입 다르게 이뤄져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의 과도한 성과급 등을 '돈 잔치'라고 질타한 가운데 고액 성과급 논란이 금융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 당국이 보험사와 카드사에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논란을 일으켰던 증권사까지 성과급 점검에 나선 것이다. 은행권의 '돈 잔치'를 비판하던 화살이 다른 금융업권에까지 향하는 양상이다.
1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은행의 성과 보수 지급체계를 점검 중인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사의 부동산 PF 분야와 관련해 성과 보상 체계의 적정성 등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벌이고 있다.
금감원은 보험사와 카드사의 성과 보수 체계도 들여다보는 중이다. 은행의 과도한 성과급이 지적받고 있는 만큼 이익 수준이 급증하거나 재무 건전성 취약 우려가 있는 일부 보험사와 카드사의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확대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은 것과 관련, 성과급 체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부동산 PF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은 36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체율은 8.2%로 금융업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증권업계에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매입 등 대규모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당시 금융위는 증권사 보증 PF ABCP 매입 관련 지원 규모를 1조8000억 원으로 확대하고 증권사 발행 기업어음(CP) 매입도 가속화했다. 즉, 유동성 지원 과정에서 부적절한 수준의 성과급을 챙긴 임직원이 있는지 살피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성과급이 과도하게 단기 성과를 중심으로 구성된 건 아닌지, 성과급 일부를 나눠 지급하는 제도가 제대로 실시되고 있는지 등을 살필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보수 이연지급제도는 금융회사 임원이나 금융투자업무 담당자의 성과보수 40% 이상을 3년 이상 나눠서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금융회사 임원이 단기 실적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행됐다. 현재 이연지급 적용 대상을 성과급의 50% 이상으로 늘리고 기간도 5년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금융사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클로백(claw back)’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도 모색 중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금융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연지급 예정인 성과보수를 손실 규모를 반영해 재산정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실제 이행된 사례가 거의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융회사의 성과보수체계 점검 시, 업권별로 다른 수준의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의 경우 대중으로부터 예금을 수취하기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증권사의 경우 예금을 받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과는) 성격이 달라 일반적으로 당국이 (성과급 체계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부동산 PF 부실 문제로 유동성 지원을 받은 기관에 대해서는 점검을 할 수 있다”며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성과급 체계 점검은 정부 지원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에만 타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