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조 미래금광' 폐배터리 시장…"韓 안정성 검증기관 없고, 법적 기반 부족"

입력 2023-02-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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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폐배터리 재활용 촉진
세계시장 연평균 39% 급성장

한국은 안정성 검증기준 전무
전문가 "해외의존도 낮출 기회"

산업 키우려면 수익 담보돼야
재활용 수거에 정부지원 필요

▲경기 시흥시의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내부에 놓여있는 전기차 폐배터리들. (출처=한국환경공단)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민·관 협력을 통해 재활용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중국, EU(유럽연합) 등 선진국보다는 뒤처져 있다.

전문가들은 폐배터리 시장에 대한 시각이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한국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20일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폐배터리 시장은 2030년 20조 원에서 2050년 600조 원 규모로 연평균 3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 용량 기준으로는 2030년 345GWh(기가와트시), 2040년 3455GWh 규모로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이는 세계 각국이 기후 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규제를 위해 전기차 보급에 힘쓰고 있어서다. 각국의 전기차 보급이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서도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17년 1억4000만 달러(약 1813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8~2025년 중 연평균 41.8% 성장하면서 2025년엔 22억8000만 달러(약 2조9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2040년 전기차를 포함한 전체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310억 달러(약 4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 리사이클링 개념도 (사진제공=한국무역협회)

美, 전기차ㆍ배터리 기업 투자 31억 달러 결정…中 정부주도로 구체적 정책 펼쳐

미국은 공급망 관점에서 접근하고, R&D(연구개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주요 공급망에 대한 100일 검토(a hundred-day review of supply chains) 결과를 통해 전기자동차 등 핵심 분야의 공급망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동맹국의 광산 채굴뿐 아니라 국내 EV 배터리 재활용을 촉진 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연방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재활용 인프라에 2050만 달러(약 265억 원)를 투자하고,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기업에 31억 달러(약 4조129억 원) 지원을 결정했다.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기업을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설립한 배터리 셀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다. 이 기업은 배터리 셀 조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대 100%까지 재활용하기 위해 Li-Cycle과 협력하고 총 600억 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에 가장 강력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나라는 중국도 정부주도로 재활용 우의 선점을 위해 구체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배터리 이력 관리와 함께 재활용을 생산자가 책임지는 생산자 책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를 포함한 17개 지역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시범사업도 진행 중이다. 또한, 폐배터리에서 핵심소재 회수를 높이기 위해 니켈, 코발트, 망간은 98%, 리튬 85%, 기타 희소금속은 97%를 회수 목표치로 설정해 운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배터리 재활용 등록기업이 4만 개사를 넘고 있으며, 재활용 촉진을 위해 전기 배터리의 규격, 등록, 회수, 포장, 운송, 해체 등 단계별 국가표준을 제정해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회수 서비스망 표준화, 재활용 기술력 제고, 대표기업 육성에서도 한발 앞서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생산국으로 2030년까지 300만 대의 전기차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 정부는 2025년까지 그린뉴딜을 이끌어 갈 6대 유망 분야에 '전기차 배터리 관련 서비스'를 포함했다. 이후 2021년엔 K-배터리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설비구축'에도 힘써오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폐배터리의 안정성과 성능을 검증할 인증기준이 확립되지 않았고,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을 위한 법적 기반이 부족하다. 또한, 보조금 없이 구매한 전기차의 구체적인 폐기 지침도 미흡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중국 등 배터리 원자재 보유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이 주력하고 있는 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는 제조원가가 높아 재활용에 따른 경제적 이득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의 재활용 산업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환경적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의 수익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삼원계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고 있어 재활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재활용 수거가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배터리별로 팩 설계가 다를 경우 자동화 해체가 어려워 상당한 비용이 들어 재활용 산업 육성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수거량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재활용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일정 기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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