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 전체 검사 5.2% 늘린 602회
경영 전반 들여다볼 예정…리스크관리 초점
정치권, 은행법 개정·횡재세 앞세워 압박
정부·與, 횡재세 반대…은행 공공성 명문화
‘이자 장사’를 해 돈 잔치를 벌였다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은행권이 올해 큰 시련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지배구조는 물론 성과급까지 손을 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데다 정기 검사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현미경 검사’를 예고해서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은행을 압박한 것을 빌미로 야당은 은행에 초과이득세(횡재세)를 부과하는 입법을 준비 중이다.
역대급 실적을 매년 경신하며 호시절을 누렸던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전방위 압박에 사면초가에 빠져든 상황이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3월 셋째 주부터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한다. 금감원은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의 경영 전반을 들여다보는 한편 금리 상승·환율 급변동 등에 따른 유동성·건전성 악화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중점 점검할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은 올해부터 매년 초 정기검사 대상을 사전에 통보하도록 했다. 정기검사는 금융회사의 규모 등을 감안해 2~5년 주기로 하는 대규모 검사로,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의 정기검사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이뤄진다.
이번 정기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에 대한 고액 성과급 논란을 ‘돈 잔치’라고 질타하며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후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검사를 담당하는 금감원의 수장이 검찰 특수부 출신이자 ‘윤석열 사단 막내’로 불리는 이복현 원장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주문 이후 발 빠르게 진행되는 이 원장의 금융 개혁의 칼날이 어떻게 휘둘러질지 금융권은 긴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전체 검사를 602회, 정기검사를 29회로 늘리기로 했다. 전체 검사와 정기검사는 작년보다 각각 5.2%, 11.5% 늘어난 것이다. 금감원은 올해 은행(금융지주 포함)의 경우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9곳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한다.
당국의 경영 전반에 대한 촘촘한 검사를 앞둔 은행들은 정치권의 횡재세 및 은행 압박 입법도 큰 부담이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고정금리가 갑자기 인상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은 횡재세를 앞세워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었을 때 그 초과분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이미 정유사에 대한 횡재세 입법 추진에 나선 민주당은 이르면 이달 중 은행을 대상으로 한 횡재세 법안 발의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여당은 횡재세 도입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앞서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은행의 공공성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이 불법으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횡재세를 도입하는 것은 다소 섣부른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이 추구하는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흔드는 것인 만큼 정부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